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죽도록 일하면 정말 죽을까?


영어에는 과로사(death of overwork)라는 단어가 없다.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02년부터 '카로시(karoshi)'를 실었다.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수록할 만큼 과로사(過勞死)는 일본과 관련이 깊다. 1969년 처음으로 업무상 질병사가 인정된 판례가 나오고 1978년 과로사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곳도 일본이다.


△페트릭 스미스는 역저 '일본의 재구성'에서 과로사를 일본 사회의 총합적 특징이라고 간파했다. 높은 땅값과 주택가격, 초만원 대중교통, 살인적인 입시 지옥, 턱없이 부족한 여가 시설…. 서구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사회 환경에서 근로자들이 의식주 해결과 자녀 교육을 위해 죽음에 이르는 초과근무를 마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가입국 가운데 2위,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40대 남자의 사망률은 세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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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종국적으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모는 형벌일까. 일본은 일찌감치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유럽이 산업혁명을 맞던 18세기 중반, 상인 출신의 구도자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은 '일이 곧 수행(諸業卽修行)'이라는 사상을 퍼트렸다. 모든 노동이 정신수양이자 자기완성에 이르는 길이며 잔업은 특별한 기회라는 바이간의 생각은 일본 산업화의 맹아로도 평가된다. 2003년 일본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바이간을 일본 자본주의의 원류라고 추켜세웠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업무로 말미암은 극도의 피로, 즉 소진현상을 경험한 근로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핀란드 연구기관의 논문을 발표했다. 죽도록 일하면 정말로 죽는다는 얘기다. 역으로 쉬어준다면 사망률이 줄 수 있기에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당하다. 문제는 현실여건이다. 일이 눈앞에 쌓여 있다. 일 벌레로 유명한 박원순 서울 시장은 농을 섞어 '과로사하는 게 꿈'라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종군기자로서 총맞아 죽는 것 다음으로 훌륭한 기자의 죽음은 과로사'라던 선배기자의 말도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이 선배의 뒤를 따르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다른 삶을 살아나가면 좋겠다./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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