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위장폐업이나 부당해고를 한 경우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손해배상과 더불어 미지급 임금 청구도 선택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해고 근로자 장모씨 등이 부산 기업의 소유주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해 경영난 등의 명목으로 사업자체를 폐지하고 근로자를 해고해 노조를 와해시킨 뒤 신설회사를 세워 예전 기업활동을 그대로 계속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며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는 근로자에 대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들은 해고 무효를 이유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 수도 있고, 불법행위를 이유로 업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며 "두 청구권은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사 근로자로 일하던 장씨 등은 2003년 6월 연장근로수당 지급 문제 등에 관한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시한부 파업에 들어갔으나 박씨 측은 직장폐쇄를 결정하고 다음해 1월 폐업신고 및 전 직원 퇴직처리를 한 뒤 친척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같은 자리에 새 회사를 설립했다.
장씨 등은 박씨를 상대로 직장폐쇄 기간부터 발생한 임금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2심 재판부는 "회사를 상대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