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쌍벌죄 비웃는 제약사 신종 리베이트

설문조사 빙자 의사 850명에 13억 뿌려<br>광고대행사·타 계열사 통해 우회 전달도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사와 이를 받는 의ㆍ약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가 시행된 이후 리베이트의 행태가 진화하고 있다. 제품시장조사를 가장한 설문조사 여러 건을 한 의사에게 몰아주는가 하면 병ㆍ의원에 광고를 가장한 리베이트가 건네지고 있다. 쌍벌죄 이후 유행하는 리베이트 수법의 가장 큰 특징은 제약회사가 직접 리베이트를 건네지 않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광고대행사 및 타 계열사 등 제3자를 통해 우회 전달한다는 점이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설문지 조사 응답 사례비를 빙자해 1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한국오츠카제약 영업마케팅 부문 이모(56) 전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수사반은 또 오츠카제약의 의뢰를 받아 설문조사를 한 시장조사업체 M사 대표 최모(57)씨도 추가 기소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3~4월 전국의 의사 850여명에게 자사 의약품에 대한 역학조사 명목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설문지 1건당 5만원씩 주는 방식으로 총 13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M사는 의사의 처방액 규모에 맞춰 리베이트 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조사 대상 명단과 의사별 설문 건수를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 모 의사는 100여건의 설문조사를 해주고 5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는 앞서 K제약사 대표 이모(58ㆍ불구속 기소)씨와 공모해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의사 212명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9억8,000만원을 전달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인 A사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병ㆍ의원에 POP광고판넬을 설치하고 광고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700여명에 이르는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건네다 적발 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한 한국오츠카제약의 설문조사 사건이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관련 의사들을 기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약회사의 한 영업팀장은 "쌍벌죄 이후 회사에서는 가능하면 공정경쟁규약(CP)을 지켜 영업할 것을 지시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영업현장에서 리베이트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며 "쌍벌죄 이전에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면 쌍벌죄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각자의 영업환경에 맞는 맞춤형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경우 의료법상 벌금 기준으로 2,500만~3,000만원이면 12개월 자격정지 및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 이상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