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미있는 산업이야기] <39> 만일 금융 기능이 사라진다면?

가계, 저축 어려워 이자소득 포기<br>기업, 자본부족해 투자기회 상실<br>국내 은행·증시 글로벌급 성장… 덩치 커졌지만 경쟁력은 부족<br>건전성 강화·새 수익모델 시급


만일 현대 생활에서 금융의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사회 전체의 생산성 및 효율성이 떨어지고 우리의 금융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금이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가계는 잉여 소득이 발생함에도 저축이 어려워 이자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좋은 투자 기회를 지닌 기업 또한 자본 부족으로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상품의 가격(이자율)조차 형성되지 않아 금융상품의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워 금융시장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금융산업은 금융시장에서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범위가 넓은 대표적인 지식기반 산업이다.

금융(finance)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쉽게 경제주체 간 자금흐름이라 할 수 있다. 각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 과정에서 재화 및 서비스, 금융상품 등을 거래하는 경우 대금의 결제수단을 제공하며 자금이 부족한 경제주체와 자금이 필요한 경제주체 사이를 연결하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은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으로 구분된다. 간접금융은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이전되는 금융이다. 은행이 대표적 기관이다. 이에 반해 직접금융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 공여자로부터 자금 차입자에게 채권과 주식 등의 발행을 통해 직접 자금이 이전되는 금융이다. 주로 증권회사ㆍ자산운용회사 등이 담당하고 있다.

국내 간접금융을 이끄는 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전례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KB금융ㆍ하나금융ㆍ신한금융ㆍ우리금융 등의 메가뱅크들이 속속 탄생했다. 이들 메가뱅크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혜택에다 주택담보대출과 PB금융 등 소비자금융이라는 블루오션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이미 3~4개가 세계 100대 은행에 합류하는 등 '덩치'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위상을 지니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직접금융도 빠르게 성장했다. 자본시장의 축인 주식시장은 지난 2000년에 비해 현재 시가총액과 일평균거래대금이 각각 약 6배ㆍ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코스닥 포함)는 세계 거래소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10위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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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 금융산업이 커진 덩치에 맞지 않게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업에 호의적인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은행업의 수익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즐겨온 블루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랐으며 높아진 부동산 가격의 불확실성이 부동산 가격 노출 비중이 큰 국내 금융기관에 커다란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증시 또한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투자기반이 미진하다.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극단적인 안전자산선호 현상으로 장기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은행ㆍ증권ㆍ보험ㆍ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비중이 매우 낮다. 이제 금융산업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은행 스스로도 건전성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서둘러 발굴할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ㆍ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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