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미국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힘입어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유럽 재정 위기로 톡톡히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듀크에너지는 지난 주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를 4.3%의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듀크에너지가 지금까지 발행한 채권 금리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담배업체인 알트리아도 이번주 들어 5년 만기 회사채를 4.125%에 발행했다. FT는 바클레이캐피탈의 미국 회사채 지수를 인용,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의 평균 발행 금리가 4%에 근접했다"며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 위기로 유럽기업의 채권 발행이 잇달아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반면 미 국 기업들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유례없는 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국채 금리에 연동하는 회사채 금리도 함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4.0%에서 더 하락해 최근 3.27%까지 내려왔다. FT는 "신용 등급이 높고 전망이 좋은 기업들의 경우 지금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최근 투자 동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핌코는 그 동안 미 정부가 대규모 채권 발행을 지속하면서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핌코는 최근 시장 상황이 예상을 빗나가자 미 국채를 매입 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핌코의 최대 경쟁자인 블랙록은 이미 지난 3월 미 국채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국채 매입을 시작했었다. 핌코의 스티브 로도스키 국채ㆍ파생상품 총괄 책임자는 "미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하고 최근 몇 주 동안 계속 사들였다"며 "안정성과 금리 수준을 종합해서 미국 시장과 다른 시장을 비교해보면 미국 시장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