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영의 남성학] 상사병

'여성' 상징 버선·신발이 약으로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총각에게는 사모하는 규수의 버선을 태운 재가 유일한 약이었다. 발을 감싸는 버선을 신는 행위는 곧 섹스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모하는 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구애(求愛) 방법으로 꽃을 꺾어 신발이나 버선에 꽂아두었다. 꽃은 처녀성을 상징하므로 꽃을 꺾는 것은 ‘그대의 처녀성을 갖고 싶다’는 의지이고 발을 감싸는 버선이나 신발은 여성의 심벌, 또는 섹스를 은유 하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대단히 낭만적인 사랑고백이지만 속뜻은 이처럼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그래서 양성(陽性-남성)인 귀신을 쫓는 방법으로 동구 밖 서낭당이나 장독에 버선을 벗어두었는데 이 역시 버선(陰性-여성)이 함축하는 섹스를 통해 귀신의 욕구를 풀어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발이나 신발, 버선 등은 남성의 코와 비견될 여성 심벌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의 작은 발은 좁고 깊은 경도를 의미했다. 중국의 전족 풍습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역시 작고 좁은 발을 미인의 조건으로 여겼던 것이다. 또한 아들을 잘 낳은 여인들이 신었던 버선은 복버선이라 하여 돈을 받고 빌려주기까지 했는데 대여료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구한말 양말이 보급되면서 발을 통한 성적 이미지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양말은 남녀의 구분도 불분명하며 치수가 없듯이 모든 발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중성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 마사지요법 등 발 건강법이 대두되면서 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가고 있다. 더불어 발의 성적 매력도 새삼 주목 받고 있는데 여성들의 발과 대비되는 남성의 발은 다름 아닌 심벌이다. 남성의 심벌을 제3의 다리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 기인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발에 대한 섹시미가 강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가 남성들의 심벌에 대한 관심의 증대이다.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팬티 속의 ‘뽕’도 이런 범주이다. 즉 작은 심벌을 감추기 위해 팬티 속에 가죽 같은 물질을 넣어 크게 보이려는 심리는 바로 여성들의 발 가꾸기에 대한 역동적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술이다. 따라서 왜소한 심벌로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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