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개선 빛 보나

수요자 눈높이 맞춰 발행 희망 금리 올리자 미매각률 크게 줄어<br>신용 낮은 기업에도 기관 수요 유입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를 개선한 후 미매각률(팔리지 않은 회사채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최근 동양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지만 발행사들이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낮은 금리를 고집하지 않고 수요자 입맛에 맞는 금리를 써내면서 기관들의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율이 올라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와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 현재까지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률은 6.6%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72.2%까지 치솟았던 미매각률은 7월 26.5%, 8월 19.3%으로 내림세를 보이다가 9월 동양 사태 여파로 37.4%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 확연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미매각률 감소는 이달부터 금융당국이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를 개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10월1일부터 발행사(기업)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할 때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민평금리(민간신용평가사들의 평가금리)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희망금리밴드폭을 최소 0.20%포인트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발행사들이 시장금리 대비 과도하게 낮은 수준의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하면서 미매각률이 늘어나자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참여를 늘리기 위해 마련한 조치였다.

금융당국의 조치는 일단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LG전자(AA0)의 경우 7월 회사채 발행 당시 희망금리밴드를 개별민평금리에 -0.10~0.00%포인트 차감한 수준으로 써냈지만 이번에는 5년물의 경우 개별민평금리에 -0.17~0.03%포인트, 7ㆍ10년물은 -0.18~0.02%포인트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의 회사채 수요예측 개선에 맞춰 희망금리수준을 7월보다 양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0억원 모집에 4,000억원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앞서 3ㆍ5년물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건설(AA-)도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개별민평금리보다 0.05%포인트(3년물), 0.07%포인트(5년물) 올려 제시하면서 1,500억원 수요예측에 2,500억원이 몰렸다. 2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A+)도 희망금리밴드를 등급민평금리 대비 -0.10~0.10%포인트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에서 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종 발행금리가 등급민평보다 -0.11%포인트 차감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달 이후 A등급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은 한화갤러리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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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4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기관투자가의 수요 참여가 전무했던 동부제철(BBBO)은 처음으로 희망금리밴드 내에 기관투자가 수요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동안 동부제철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8% 중반의 희망금리를 써냈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안에 맞춰 희망금리 밴드를 8.9~10.07%로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정책금융공사가 발행물량의 절반 수준인 199억원을 사겠다고 신청했고 결국 동부제철은 9.5%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를 개선한 게 미매각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예측제도 개선이 발행사 입장에서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참여율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미매각률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개선이 미매각률 급감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10월 들어 미매각률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이 6곳밖에 되지 않아 그 효과를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며 "신용리스크가 높은 건설ㆍ해운 업종이 개선안에 맞춰 발행금리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이 계속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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