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찜찜한 日 극우 포퓰리즘


우리나라에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3월11일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푸른 작업복을 입고 연일 초췌해져 가는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으로 기억돼왔다.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제대로 잠도 못 잔 듯한 얼굴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일본 국내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던 에다노 장관이 10일 중국과 한국을 '제대로'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날렸다. 한국을 겨냥해서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 강화 조치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서는 "침략을 받는다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자위권을 행사해 격퇴하겠다"는 예사롭지 않은 수의의 발언이 제기됐다. 주변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큰 손실을 입더라도 국가보안을 우선시하겠다고도 했다.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것은 분명 국가로서 당연한 의무다. 그리고 에다노 장관의 이날 발언에 많은 일본인들은 후련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의 경제 정체로 세계 2위 경제국의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고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대기업들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 위협을 받거나 이미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심지어 연예계에서도 한국인이 대세다. 여기에 대지진과 그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인들의 리더십 부재까지 일본인들의 자존심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잔뜩 위축된 일본인들의 마음에 '우리 힘을 보여주자'는 에다노 장관의 발언은 얼마나 크게 와 닿았을까. 그래서 그의 말은 더 위험해 보인다. 국내의 위기 상황에 국가안보 문제를 내세워 주변국에 대한 국민의 악감정을 자극하고 '자위권 행사'까지 들먹이는 그의 발언은 '극우 포퓰리즘'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7일 도쿄 오다이바의 한 방송국 앞에서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한류(韓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국인들은 반도로 떠나라'는 구호와 함께 시위 현장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일본의 무너진 자존심 속을 파고드는 '극우'의 불씨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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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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