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경제서 中위력 갈수록 커져… '팍스 차이나' 뒤늦게 인정

■ 한은, 내년부터 中위안화 직접 투자 <br>위안화 가치 고공행진 따라 달러·유로화보다 투자매력 커 <br>규제 많고 시장개방 불완전해 "공격적 투자는 자제" 신중론도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왕서방 자본'인 위안화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세계 경제 2위국인 중국 경제의 힘을 뒤늦게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에서 갈수록 위력을 발휘해 중국이 미국의 경제 패권을 다툴 유일한 국가로 부상하는 등 '팍스 차이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한은의 외환보유고 운용 성향을 감안할 경우 위안화가 미국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제통화로서의 자격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가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후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하기로 합의한 것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가 엄격하고 금융시장 개방도 불완전한 점을 이유로 위안화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금까지 위안화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아시아본드펀드(ABF)를 통해 미미한 수준에서 간접 투자한 것이 전부다. 전세계 외환거래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이 0.15%에 불과해 국제통화로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달러(42%)와 유로(20%)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달러ㆍ유로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위안화를 바라보는 한은도 시각교정에 나서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위안화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미국과 EU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ㆍ4분기 184억위안이었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올해 1ㆍ4분기 3,603억위안으로 1년 만에 19.6배나 껑충 뛰었다. HSBC는 앞으로 5년 안에 이 수치가 13조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도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요인이다.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3.1%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만 현재까지 3.4% 절상된 상태다. 2005년 7월 변형된 고정환율제도인 '복수바스켓환율제도'를 도입한 후 위안화 가치는 28.9%나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과 EU에 비해 중국 국채 수익률이 높은데다 향후 수익률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도 한은이 위안화 투자에 나서는 이유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 둔화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2년간 기준금리를 0%대에서 동결하기로 했고 영국도 20개월 이상 기준금리를 묶어두고 있다"면서 "중국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어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3번 인상했고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5번이나 금리를 올렸다. 1년 만기 대출금리는 연 6.6%, 예금금리는 연 3.5%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캐리 트레이드를 이용해 포토폴리오 바스킷에 위안화를 대거 편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작업의 시작 단계로 위안화 표시채권(딤섬본드)을 허용하고 있다. 2009년 160억위안이었던 딤섬본드 발행 규모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독려에 힘입어 지난해 357억위안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맥도날드ㆍ캐터필드 등 글로벌 기업들의 딤섬본드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도 딤섬본드 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투자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도 도사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들의 위안화 투자 총 규모를 300억달러로 제한하고 있고 개별 기관투자가의 투자금액도 1억~3억달러로 한정하고 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투자 규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가지고 있는 3,11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 속도와 범위 등에 맞춰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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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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