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무 검증제, 세무사만 좋은 일 시키나

대상자 늘고 권한 늘려 세무사 수수료 커져<br>‘세무사가 고객 검증할 수 있나’ 우려VS‘내용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세무사’ 반론

‘성실납세확인제도’로 이름을 바꿔 도입하기로 한 세무검증제도가 민간사업자인 세무사의 사업영역을 크게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법사위원회에 넘겨진 세무사법 개정안 등 세무검증제도 도입 관련법안은 고소득 자영업자가 세금을 납부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세무검증의 주체로 세무사를 독점 규정하고 있다. 세무사가 국세청의 세무검증 업무를 독점 대행하도록 한 것. 이에 따라 세무사는 고소득 자영업자 4만7,000명의 세무검증을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세무검증 비용은 납세자 세액공제 방식을 통해 국가가 일부 부담한다. 세무사로서는 국세청 못지않은 권한을 쥘 뿐만 아니라 수수료 상승이라는 경제적 이득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이 하면서 도덕적 해이로 비용이 불필요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무검증제 관련법안에서 당초 정부는 변호사ㆍ의사ㆍ장례업자ㆍ예식업자 등으로 세무검증제도를 한정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우리 업종에 세금탈루가 높다는 증거가 없다’는 변호사ㆍ의사 단체 등의 주장이 잇따랐다. 실제로 애초 세무검증 대상인 변호사 등의 세금 탈루율이 26.5%인 반면 전체 개인사업자의 탈루율은 40.9%로 더 높다. 이 같은 문제제기를 재정위가 수용하면서 당초 2만명으로 예상한 검증 대상자는 4만7,000명으로 늘었다. 세무사가 맡는 대상뿐 아니라 업무도 늘어난다. 원래 세무사는 사업자의 영수증 처리 등을 대행하는 기장대리 업무만 맡았지만 세무검증제에 따라 세무검증 업무 역시 더할 수 있다. 특히 개정안을 보면 기장을 대리한 세무사가 스스로 검증까지 맡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세무사는 더 높은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반면 중립적인 검증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세무사의 수수료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으며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서도 “최소한 기장대리와 세무검증을 분리하거나 제3의 검증기관이 세무검증을 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무사가 검증을 부실하게 하거나 탈세를 도왔을 경우 기획재정부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장대리와 세무검증을 분리하면 납세자 입장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기장대리를 통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세무사가 검증한다는 취지와 벗어난다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8월 현재 세무사 징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계인 등록취소는 4건에 불과했다. 여기에 세무검증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100만원까지 세액공제해주는 것도 목적은 납세자를 위해서지만 세무사 역시 혜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세무사는 물론 국세청 직원이 퇴직해 세무사로 일할 때 큰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문제를 감수하면서도 세금탈루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변호사 출신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는 성공 수수료나 자문료, 회사에서 개인을 통해 주는 돈은 소득으로 신고되지 않는다”면서 “법안이 거칠지만 앞으로 고쳐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고 경제부처 출신의 기재위원은 “현실적으로 일선 6급 세무서 공무원이 검찰 출신이 많은 변호사에게 소득자료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