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불량 살림꾼들


올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5,00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하고 지난해 말 9,592억원에 달했던 적립금이 4,000억원대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한다. 또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와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ㆍ의료행위 확대로 건보 지출이 10년 뒤 80조원 규모로 2.4배 늘어나 직장인 1인당 평균 보험료를 7만3,400원에서 13만4,130원으로 83% 인상해야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고용보험기금 중 실업급여계정도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 증가로 적자폭이 2007년 1,069억원에서 지난해 1조1,798억원으로 급증했다. 거덜나는 건강·고용보험 정부와 여야는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각한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풀기 위해 예금보험료의 45%와 정부 출연금으로 2026년까지 `저축은행구조조정 특별계정'을 한시 운영하기로 했으며 10조~12조원 가량이 조성될 전망이다. 나라 살림을 축내고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겨울 한파와 구제역, 산유국들의 정정불안, 일본 대지진으로 생활물가와 생산원가가 크게 오르고 경영 리스크도 커져 움츠러든 가계와 기업에 더 많은 '부담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감기ㆍ고혈압ㆍ당뇨 등 경증 질환자가 진료비가 비싼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의 약값 부담을 높이고, CT 등 의료영상장비 수가를 낮추기로 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약값 부담비율이 현행 30%에서 상급종합병원은 50%로, 종합병원은 40%로 높아지고 CTㆍMRIㆍPET 수가도 각각 15%, 30%, 16% 인하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1,291억원의 건보 재정과 387억원의 환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지만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와 건보 적용대상 의약품ㆍ의료행위 확대로 급증할 지출을 충당하기엔 크게 미흡하다.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재정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건보료율은 올해 초 5.33%에서 5.64%로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근 국무회의에서 현재 근로자 보수의 0.9%인 실업급여요율을 다음 달부터 1.1%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씩 분담하기 때문에 월급 100만원당 각각 1,000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도 고용부는 기금에서 2004~2008년 5,500억원을 빼내 전국에 고용지원센터 청사를 마련하는 사업을 벌였고, 경기도 분당에 2,000억원을 들여 청소년 직업체험관 '한국 잡월드'를 짓고 있다. 별도 운영법인도 만들 계획이어서 실직자 5만5,000명을 1년간 지원할 수 있는 돈으로 공무원 낙하산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정 책임지는 정부 만들자 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건보 가입자대표와 시민단체 등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거나 건보 적용대상을 늘리는데 상당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고용부 고용정책심의위원회와 고용보험위원회는 고용부의 독주가 심하다는 게 노동ㆍ경제단체의 불만이다. 기금 관리도 국회의 승인 등 외부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저축은행구조조정 특별계정의 경우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책실패ㆍ감독소홀로 인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다 야당 측이 완강하게 반대하자 한 발 물러나 정부 출연을 결정했다. 정책 실패 여부를 담은 백서가 발간되고 청문회도 열릴 예정이다. 국회는 자금 사용과 관련한 보고도 받는다.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공적보험 보험료 등을 걷고 관리감독하는 정부나 담당 공무원들이 국민과 기업, 국가의 장래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거나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못하게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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