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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권력교체기를 앞둔 미국과 중국이 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 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이른바 천광청 사건의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대화에는 미국 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중국 측에서는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치산 부총리가 참석한다. 이들 양국의 외교ㆍ경제 최고 사령탑은 투자보호협정, 중국 금리 자유화, 북한ㆍ이란 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위해 대중 수출 확대, 북한ㆍ중동, 수단 등 북아프리카 등 국제안보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긴요한 상황이다. 중국도 올가을 5세대 지도부로의 안정적 권력교체를 위해 세계 패권국인 미국과의 안정적인 외교ㆍ경제관계를 원하고 있다.
양국은 이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전략경제대화 직전에 터진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미국 대사관 진입 사건이 자칫 첨예한 외교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4월30일(현지시간) 천광청 사건과 관련,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도 이 같은 고민 탓이다.
이에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중 대화 전에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지난주 말 급거 방중해 중국 당국자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도 천 변호사의 미 대사관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금했던 인권운동가 궈위샨 등 5명을 석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양국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천 변호사는 미국 망명을 거부하고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공개서신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인권 탄압을 자행한 공무원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미국은 연례 전략경제대화 때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끄집어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 확보를 위해 자국 경기회복이 긴요하고 산적한 국제안보 정치 현안의 원만한 조율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 이란의 계속되는 핵개발 의혹 등에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중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협조 아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또 미국에서 막강한 로비력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업계로부터 빗장을 걸고 있는 중국의 금융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지난주 "중국이 수신금리 자유화를 단행할 경우 미국의 대중 첨단제품 수출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번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도 거론되겠지만 그보다는 투자보장협정 체결, 미국 기업의 대중 진출시 업종진입 장벽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지난달 16일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달러 대비 상하 0.5%에서 1%로 확대하는 등 외환시장 개혁 조치에 나서고 있는데다 미중 대화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측이 성의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 명분이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측에서는 미국에 대중 첨단기술 수출규제 완화를 다시 한번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