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퇴임한 CEO들 회사 남아 경영 관여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 기업경영 연속성 확보 위해<br>이사회 의장 맡는 전임 CEO 올들어 35명으로 늘어<br>"연봉 너무 많고 경영실권 혼란 부작용 초래" 지적도

마이런 울만

에릭 슈밋

스티브 잡스


지난 6월,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마이런 울만은 6년 이상 지켜온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11월부터 애플의 리테일 총책임자인 론 존슨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CEO직에서 물러난다고 회사를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울만 CEO는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무기한'으로 이사회 의장직에 올라 매장 관리와 기업 전략, 재정 등의 업무를 맡을 작정이다. "후임이 업무를 배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지만, 사실상 기업의 주요 업무를 꿰찬 전직 CEO출신 의장의 출현에 대해 경영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JC페니 이사회는 울만 CEO가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이사회를 이끄는 것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퇴임한 CEO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이사회 의장직을 꿰차며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지난 1월 의장으로 취임한 머크 이사회의 리처드 클라크, 4월에 CEO직에서 물러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수 개월간의 병가 끝에 지난 8월 CEO직에서 퇴임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이 모두 같은 경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천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 퇴임 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전임 CEO가 지난 2008년 현재 17명에서 지금은 35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고 26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서 전임 CEO가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거나 취임할 예정인 기업만 해도 애플과 구글을 비롯해 JC페니, 머크,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등 9개 회사에 달한다. 리쿠르팅 업체인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의 미국사업 총괄 카레나 스트렐라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기업 경영에 대한 통찰력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사회가 전임 CEO를 의장으로 두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신임 CEO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에서도 이사회는 기업 사정을 잘 아는 전임 CEO가 회사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관한 입김이 센 의장의 존재는 회사 경영의 실권이 누구에게 있을 지를 모호하게 만들며 혼란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컴퓨터 스토리지 업체인 EMC의 조셉 투치 CEO는 10년 전 전임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바람에 "취임 첫 해에는 사실상 회장과 공동 CEO를 맡은 셈"이었다며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챙기는 적잖은 보수도 논란이 된다. WSJ은 지난해 미국의 23개 대기업의 이사회 의장들이 챙긴 직접적인 보수가 평균 375만달러로 CEO의 60% 수준에 달했다며, 봉급과 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이들이 누리는 보수가 때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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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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