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빅 매치


'빅 매치'가 벌어질 모양이다. 챔피언과 도전자를 구분할 이유는 없지만 굳이 따진다면 80%에 육박하는 내수시장 점유율(2010년 78.1%)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에 수입차 업계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 그것이다. 지난해 9만562대를 팔아 사상최대 실적을 낸 수입차 업계의 기세는 등등하다. 올해 목표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40~50% 늘려 잡은 업체도 적지 않다. 대형차 위주로 승부를 했던 곳은 중∙소형차를 들여오고 가솔린에 치중했던 곳은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전선(戰線)을 확대해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유럽이나 미국 업체들은 가격이나 마케팅 전략을 유리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업체들이 웬만큼만 성적을 올려도 업계 전체의 올해 판매량은 11만대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수입차가 더 이상 부의 상징만은 아니다'라는 고객들의 인식 변화가 걱정거리다. 현대차가 직원이 차량을 인수하고 수리 후 인도까지 해주는 '홈투홈(Home to Home)'제도를, 기아차가 직영 센터에 전문상담사 '어드바이저'를 도입한 것 모두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여 보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레이싱'을 펼칠 양측이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관객의 시선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기아차는 "독점적인 지위 탓인지 국내 고객에게는 역차별을 하는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수입차 업계 역시 "턱 없이 비싼 부품을 팔아 돈을 번다"는 불만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객들의 '눈높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다. 올 봄 열리는 '서울 국제 모터쇼'가 기대된다. '수성'과 '도전'의 의욕이 넘치는 업체들 간의 경쟁 덕분에 이번 모터쇼가 여느 때보다 화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껏 까다로워진 입맛을 갖게 된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래서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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