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항공기보다 빠르다!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 개발 한창

자기부상에다 공기저항 완벽히 없애<br>中·美 "개발땐 시속 1,000km 거뜬"<br>터널 건설비, 고속철과 큰차이 없어<br>"10년내 상용화"… 한국도 연구 가세

진공터널 속을 주행하는 자기부상열차는 레일과의 마찰은 물론 공기마찰까지 제거할 수 있어 시속 1,000㎞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진공터널 건설은 지상·지하·해저 등에서 모두 가능하다. 국가 간 이동을 위한 해저터널의 경우 1㎞당 최대 5,0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거리 여행수단의 우위는 속도로 갈린다. 19세기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열차가 항공기에 밀려 뒷방마님 신세가 된 것도 속도의 비교열위 때문이었다. 하지만 100여년의 기술혁신 끝에 열차가 과거의 왕좌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섰다. 그 전면에 내세운 무기는 바로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vactrain)'다. ◇고속철도 전성시대=지난해 12월 중국의 고속열차 CRH-380A가 시험주행에서 최고 시속 486㎞를 기록했다. 이는 상용 고속철도 레일에서 세워진 세계 최고 기록이다. 중국 철도기업 CSR 쓰팡이 6년간 개발한 이 열차는 전세계 철도기술의 혁신 방향이 고속화에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고속철도에 대한 사회적ㆍ국가적 요구도 강해져 우리나라를 포함, 지난 50년간 고속철도를 개통했거나 건설에 들어간 국가가 무려 26개국에 이른다. 올 초에는 철도 혁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조차 6년간 530억달러가 투입되는 고속철도망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띠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철도 고속화 기술의 궁극적 경쟁자는 단연 항공기다. 하지만 현 고속철도의 양대 축, 다시 말해 신칸센ㆍ테제베(TGV)로 대변되는 고속전기기관차나 자기부상열차는 아직도 최대 운행속도가 각각 320㎞, 430㎞ 정도에 불과하다. 장거리 여객운송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고 항공기와 진검승부를 펼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킬 히든카드가 등장했다. 진공기술을 적용해 자기부상열차의 고속성을 극대화한 진공터널 열차가 그것이다. 이는 명칭 그대로 진공터널 속에서 자기부상열차를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레일과의 마찰력이 없는 자기부상열차의 특징에 더해 공기저항까지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고속열차와는 차원이 다른 초고속 열차 개발이 가능하다. ◇마하 5 극초음속 구현=현재 이 분야 연구의 선두주자는 중국과 미국. 아직 개념정립 단계지만 진공터널 시스템을 통해 시속 1,000㎞의 속도 구현은 거뜬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중 중국은 서남교통대학 장야오핑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부터 관련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부 설계안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길이 150m의 자기부상열차로 아진공(亞眞空) 터널을 이동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공의 수준에 있어 진정한 의미의 진공터널 열차로 볼 수는 없지만 연구팀은 이 정도만으로도 열차의 속도가 최소 600㎞이상, 최대 960㎞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 소재 ET3는 6인승 자기부상 캡슐을 활용한 신개념 진공터널 열차를 연구하고 있다. ETT(Evacuated Tube Transport)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직경 1.3m, 전장 4.8m의 원통형 캡슐과 상행 및 하행 진공터널로 구성돼 있으며 수화물 전용 ETT, 대중교통 ETT처럼 용도에 따라 터널 및 캡슐의 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ET3가 표방하는 ETT 캡슐의 최고 시속은 무려 6,430㎞. 이는 극초음속에 해당하는 마하 5.2다. 과연 인체가 이 속도를 견뎌낼 수 있을까. ET3에 의하면 단순한 직진 가속으로는 중력가속도가 높아지지 않고 진공터널이 고도 차이나 좌우 회전을 극소화한 일직선으로 설계돼 있어 인체 영향은 거의 없다. 승객이 느끼는 중력가속도는 자동차가 급정거할 때와 유사한 1G 이하로 유지되며 진공이니만큼 음속 충격파도 없다는 설명이다. ◇10년 내 상용화 전망=이런 열차가 상용화된다면 전세계 여객 운송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 일례로 ETT 시스템의 경우 항공기로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에서 미주 및 유럽지역을 2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아침에 서울 본사를 출발, 미국 지사를 방문한 뒤 프랑스에서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서울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지구촌 전체가 사실상 1일 문화권이 되는 셈이다. 특히 진공터널 열차 기술은 그 규모를 소형화해 화물운송에도 적용 가능하므로 물류산업에도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일견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장 박사나 ET3 대릴 오스터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진공터널 열차의 상용화 시점을 10년 이내로 보고 있다. 이미 2004년에도 MIT 언스트 프랑켈 박사팀이 미국-캐나다-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대서양 횡단 지상ㆍ해저 진공터널 건설을 제안했을 만큼 자기부상열차나 진공터널 분야 모두에서 공학적 걸림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터널 건설비 역시 1㎞당 최대 5,000만달러로 ㎞당 400~500억원을 넘나드는 기존 고속철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산악 지형이 적고, 사람이 살지 않는 넓은 평지가 많은 지역의 지상 진공터널은 건설비를 ㎞당 약 2,500만달러로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ET3 오스터 사장은 이 점에서 세계 최초의 진공터널 열차가 중국이나 인도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도 2020년까지 직경 5m의 아진공 터널을 시속 700~800㎞로 주행하는 진공터널 열차 개발을 목표로 기반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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