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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이 있는) 강릉은 예로부터 문(文)ㆍ예(藝)ㆍ효(孝)의 고장입니다. 백교문학상과 사모정(思母亭)공원이 사친(思親)문학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한국의 효사상이 한류를 타고 전세계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효친사상을 담은 시ㆍ수필을 공모해 시상해온 백교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권혁승 회장(전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3일 "세계적 석학인 아널드 토인비는 한국이 인류문화에 기여한 것은 효사상에 힘입은 바 크다고 했다"며 "자신만을 사랑하는 이기주의가 가족ㆍ부모의 의미를 점점 엷어지게 만들고 있지만 효의 사상이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산천처럼 짙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가 효사상을 고취하고 문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사친문학상인 백교문학상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바람 때문이다. 권 회장은 지난 2009년 강릉시 죽헌동 죽헌저수지 아래에 있는 고향 핸(하얀)다리마을에 젊은이들이 고향을 사랑하고 효사상을 함양시키는 문화공간으로 정자(사모정)와 시비(詩碑) 등을 갖춘 공원을 조성해 시에 기증했다.
백교문학회는 오는 6일 오후2시 강릉시 죽헌동 핸(하얀)다리마을 사모정공원에서 제3회 백교문학상 시상식과 조순 전 경제부총리, 원로 시인 김후란의 사친시(思親詩) 현판식을 갖는다.
시인 최승학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쓴 시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로 영예의 대상을 받는다.
'…논귀 밭귀 돌보느라 까맣게 갈라진 뒤꿈치/부뚜막 매흙질에 구정물 얼룩진 행주치마/절구질 키질 맷돌질에 지문 지워진 굳은살 손마디/(중략)/흰머리가 되어서야/이 땅이 번성하여 충만함이/저절로 차고 넘치는 것 아니며/한 삶이 한 삶으로 옮겨가는 핏속에 녹아/언제나처럼 흐르고 흐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중략)/어머니라는 이름이 뭉클 피어난다'
최 시인은 "6ㆍ25전쟁 이후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백교다리를 건너 행상을 다니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를 썼다"며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돌아가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릉에서 태어난 그는 삼척 장호중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1997년 월간 한맥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허튼소리'와 '대관령의 달빛 개망초' '바람 그리고 목소리' '해바라기 그린 해바라기' 등을 냈다.
작가 이정경(대구)는 수필 '고장난 제트기'로 최우수상을, 시인 김부조(서울)와 작가 오 마리(Marie Ohㆍ캐나다)는 각각 시 '어머니의 뒷모습', 수필 '어머니의 삶'으로 우수상을 받는다.
김후란 심사위원장(문학의집 서울 이사장)과 권혁승ㆍ지연희 심사위원은 "문학적 감성으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많이 응모됐다"며 "수상작들은 문학상의 취지인 효친사상을 문학정신에 깊이 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 앞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전 서울대 교수와 원로 시인 김후란의 사친시 현판을 사모정에 거는 행사와 권민정의 민속무용, 시조시인 최봉순의 연주 등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행사에는 최명희 강릉시장과 문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 전 부총리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詩句)인 '無父何怙(무부하호) 無母何恃(무모하시)'를 현판에 친필로 썼다. '아버님이 안 계시면 누구를 믿고, 어머님이 안 계시면 누구를 의지하랴'라는 시구인데 어리거나 젊었을 때 부모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것을 뉘우치는 심정이 담겨 있다. 김후란의 시 '어머니 마음'은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서예가 윤국병씨가 현판 글씨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