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9월 29일] 심상찮은 美·中 파열음

이른바 주요2개국(G2)으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올 들어 그 양상은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연초부터 양국은 중국 당국의 구글 검열,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등에 마찰을 빚은 데 이어 천안함 문제와 한미 서해연합훈련 등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달 초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차가운 분위기는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유엔에서 만나 위안화 절상을 직접 요구한 데 이어 미국은 다오위안 사태를 둘러싼 중ㆍ일 갈등에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더 나아가 남중국해 개입을 선언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미 하원도 저평가된 위한화 덕을 보고 있는 중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이번주 중 통과시킬 태세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국산 닭고기에 100%가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미국은 다시 중국산 동파이프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무역보복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의 중심에는 경제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며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위안화 절상요구를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위안화 환율만 제자리를 찾아가도 연간 1,000억달러 이상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행정부와 의회지도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중국의 자세는 크게 바뀌었다. 원 총리는 유엔 연설에서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로 일본을 단번에 제압하면서 강대국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에도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은 지난 2005년 이후 위안화를 18% 이상 충분히 절상했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 소비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든 미국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원 총리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의 환율 때문이 아니라 투자와 저축 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무역마찰도 불사하고 더 나아가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로 미국 경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미ㆍ중의 갈등은 결국 세계 패권 다툼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갈수록 격렬한 양상을 띨 것이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때문에라도 양국과 깊숙이 엮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이들의 갈등은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