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7일] 불황에 노사관계 개혁해야

“불황은 앞으로 2~3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경제연구원의 말이다. 처음에는 참 생각 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전세계 산업계가 하루라도 빨리 불황이 끝나기를 고대하는 상황에 한가한 소리라니. 하지만 곧 이어진 그의 말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는 “기업의 내부경쟁력 강화는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더 손쉽게 할 수 있다”며 “사업구조 개편 등의 작업들을 마치려면 2~3년의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기에는 임직원 모두가 시기의 엄중함에 공감한다. 따라서 호황기보다 내부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데 반발이 적다. 또 호황기가 도래하기 전 이 같은 작업을 마치지 못한다면 본격적인 성장기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발 빠른 변신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가 우리나라 산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개선을 꼽는다. 그동안 반목과 투쟁으로 일관했던 노사관계가 이번 불황을 통해 상생의 관계로 한단계 성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에는 극심한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노동 전문가들은 내년에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걱정할 정도다. 이런 시기에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려면 사용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 인력을 비용으로 보고 무작정 줄이기보다 잡셰어링 등을 통해 기존 인력유지에 힘쓰고 임원들의 임금을 줄이는 등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노조 역시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기업의 존립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고용조건 향상을 위한 투쟁보다는 고용안정에 노동운동의 무게를 두고 위기극복에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김흥열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의 행보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이 될 듯하다. 그는 지난 4월 스스로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무려 60억원의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무슨 원가절감이냐” “제정신이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현장근무를 해온 그는 누구보다 공장사정을 잘 알고있었기에 가장 효율적인 비용절감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원가절감에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움직이고 일자리도 있는 겁니다.” 불황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노조와 사용자가 곱씹어 들어야 할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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