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30일] <1229> 보스포루스 다리


1973년 10월30일,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거리로 잇는 선이 생겼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완공된 것이다. 1,510미터에 폭 39미터. 요즘은 15번째 긴 다리로 밀려났지만 준공 당시에는 세계 네번째, 미국 외에서는 가장 긴 현수교였던 이 다리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보스포루스(Bosporus)라는 이름부터 그리스 신화의 소산 아니던가. 제우스가 아내 헤라에게 외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암소로 변신시켰던 ‘강의 딸’ 이오가 헤라의 보복을 피해 헤엄쳐 도망친 곳이기에 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bous’와 여울을 의미하는 ‘porus’가 합쳐져 지명으로 굳었다. 보스포루스에 다리가 처음 건설된 시기는 기원전 4세기 무렵. 그리스 원정에 나선 70만 페르시아 군대가 배와 뗏목을 이어가며 거대한 부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터키 공화국 수립 50주년을 맞아 건설된 현수교는 5,50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다리인 셈이다. 다리 건설 계획을 1950년에 짰던 터키가 공사를 시작한 것은 1971년 2월. 공사비 2억달러를 투입해 2년8개월 만에 완공된 보스포루스 다리는 터키의 물류 활성화와 경제개발을 이끌었다. 1988년에는 제2의 다리까지 생겼다. 최근에는 해협 지하를 관통하는 터널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다리 밑으로 연간 5만척이 선박이 지나가는 해협은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삼켰다. 동방원정을 떠나는 알렉산더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점령하려는 오스만 튀르크의 군대가 모두 이곳을 건넜으니까. 상대를 누르기 위한 폭력과 대결의 장소였던 이 해협은 오늘날에는 관광 명소이자 터키 교통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쟁 대신 화합, 대륙 간 충돌보다 융합을 상징하는 ‘보스포루스 다리’가 세계 곳곳에 들어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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