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혼전…2차투표까지 갈듯
러시아서 대규모 물량 공세 나서 '초박빙'盧대통령 과테말라 도착 직후 유치활동 돌입기업인들도 "이번엔 반드시 평창" 지원 활발
과테말라시티=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릴 과테말라 현지는 후보지인 평창과 소치(러시아), 잘츠브르크(오스트리아) 등 3국의 유치지원단과 각국 정상들의 수행원들까지 속속 도착하면서 유치전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판세는 막판으로 갈수록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평창이 한참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총회 막판 러시아가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박빙으로 바뀐 분위기다. 평창이 미세하게 우세를 지키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게임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
◇3국 정상 ‘과테말라 삼국지’ 본격 돌입=1일 오후4시(현지시간ㆍ한국시각 2일 오전8시) 과테말라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은 여장을 풀자마자 본격 유치전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도착 즉시 외신과 합동 인터뷰를 갖고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핵심은 크게 2가지. 노 대통령은 우선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등 최근 북핵 문제가 급진전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이를 통한 화해모드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국 사람들은 올림픽 하면 자다가도 일어난다”며 유치 열기를 내세운 뒤 평창이 선정될 경우 ‘드라이브 더 드림’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오는 2014년까지 1억3,000만달러 정도를 투자해 동계 스포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튿날인 2일(한국시간 2일 밤)에는 아침 일찍부터 IOC 위원들을 상대로 평창 지지를 호소하고 총회 당일에는 평창 유치위원회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직접 나서 지원연설을 했다.
민간 차원의 유치 열기도 활발하다. 이건희 IOC 위원은 중남미 등에서 IOC 위원들을 만난 데 이어 노 대통령보다 하루 앞서 과테말라 현지에 입성,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며 표밭을 다졌다. 현대자동차도 8명의 임직원들이 유치전에 나섰다. 박용성 위원도 일찍부터 현지에 도착해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유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역대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과 만나 “투표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소치가 유치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3일에는 유치지원단ㆍ공연단 등 1,000여명의 인원과 전용 차량을 비행기와 배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러시아는 특히 초대형 수송기 9대를 동원, 아이스링크까지 실어와 남자 피겨스케이팅 세계 챔피언인 예브게니 플루첸코가 아이스쇼를 펼칠 계획까지 내세워 과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약체로 평가 받는 잘츠부르크도 구센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가 1일 과테말라에 도착해 전통적인 우호표를 다지고 있으며 하인츠 피셔 대통령도 비공식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2차 투표까지 가야 할 듯=평창은 4년 전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과반수 득표에 실패, 결국 2차 투표에서 불과 3표 차이로 밴쿠버에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내준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는 1차에서 게임을 끝내고 싶어한다. 현재 판세는 평창이 여전히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 윌리엄 힐의 온라인 베팅 결과를 보면 2일 오전11시 현재 평창 1.5대1, 소치 4대1, 잘츠부르크 5대1 등의 배당률로 평창의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차이는 근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와 유치위 관계자들도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유치단은 2차 투표에 가더라도 4년 전과 같은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3국 정상들, IOC 일부 위원 접촉안돼 조바심
IOC 총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과테말라시티 현지는 유치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상들뿐만 아니라 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까지 총출동, 도시 전체가 동계올림픽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느낌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따라온 청와대 기자들이 묵고 있는 과테말라시티의 매리어트호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 계획을 바꿔 이곳으로 숙소를 정함에 따라 삼엄한 보안이 계속됐다. 푸틴은 시내 외곽에 숙소를 잡았다가 투표 장소인 레알인터콘티넨탈호텔과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고.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 형성된 셈이다.
○…치안부재로 악명 높은 과테말라는 IOC 총회 행사를 위해 경찰 2,000명과 군병력 4,000명을 배치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특히 한국인의 경우 강도들의 주 공격 대상"이라며 "밤에는 아예 외출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언. 하지만 전세계의 관심 속에 워낙 인파가 북적거리다 보니 통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만일의 사태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총회가 임박하면서 각국 정상들이 IOC 위원들을 접촉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일부 위원들은 연락이 안돼 조바심. 이들 대부분은 표심을 드러내지 않은 부동표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향배가 개최지 선정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7/07/02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