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로에 선 모바일 코리아] <상> 흔들리는 스마트폰 시장

"자칫하면 노키아처럼 추락"… 글로벌 1위 삼성도 위기감<br>미·중·일 등 경쟁국과 달리 국내 마이너스 성장 예고<br>삼성 휴대폰 쏠림현상 심화… 판매 줄면 부메랑 가능성<br>국가경제까지 타격 우려 "내수 살릴 대책 서둘러야"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면서 정보기술(IT) 한국의 얼굴인 휴대폰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2,830만대로 지난해 3,070만대 수준에서 약 14%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2007년 이래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모바일 코리아' 위상도 중대 기로에 선 형국이다.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던 팬택은 최근 직원 800여명을 감축하며 사전 대응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서두르고 재도전에 나서는 태블릿PC 시장 공략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스마트폰 글로벌 1위로 도약한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위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판매되는 스마트폰 3대 중 1대꼴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조차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라면서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자칫 국가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위기감을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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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삼성전자가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삼성전자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휴대폰 사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돼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전체 이익은 39조1,000억원(세전 기준). 이 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20조원을 차지했다. 이처럼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갤럭시 전자'로 부르기도 한다.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애플 등 선발업체와 화웨이 등 후발 중국 업체 사이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돼 노키아와 소니에서 일어났던 일이 삼성전자에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는 내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포스트 스마트폰' 전략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과도한 규제, 국가경제까지 큰 타격=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에 20만대 수준이었지만 2010년 690만대로 큰 폭으로 성장해 이듬해인 2011년에는 1,75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000만대를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올해는 2,800만대로 3.000만대를 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ㆍ인도ㆍ일본 등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모토로라와 노키아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국내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몰락은 자칫 국가경제까지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김민철 한국IDC 선임 연구원은 "휴대폰 산업의 최강자였던 핀란드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 대응 실패로 끝없이 추락하다 결국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뗐다"며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발목을 잡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대비한 전략 마련 시급=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노키아ㆍ모토로라 인수는 삼성 내부적으로 상당한 충격이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담담해 하고 있지만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충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MS와 구글이 그동안은 세계 1위인 삼성전자에 구애를 했다면 이들이 직접 단말기 제조사를 인수하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꺼내들었을 때 느꼈던 혁신을 선보이지 않으면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서둘러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애플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1위 이동통신사보다 2위나 2위의 사업자를 통해 시장을 공략해오던 최근 저가 모델 출시와 더불어 일본과 중국의 1위 이동통신사와 거래를 트며 시장전략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는 첨단 하드웨어 제조 능력과 우수한 통신 네트워크 환경, 역동적인 소비자가 있어 여전히 혁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노승용 서울여대 교수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분야는 여전히 취약하고 운영체제(OS)와 플랫폼은 더욱 고민거리"라며 "단말기 강국으로 성장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 국내 내수시장이 뒷걸음질하도록 내버려두면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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