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국대 동물자원연구센터(우수연구센터를 찾아서)

◎가축 성장호르몬 개발 산실/수명긴 「결합단백질」 체외생산기술 선도/부작용 거의 없어 왜소증환자 치료 도움/식욕관련 비만물질 「렙틴」 대량생산 시도보통 사람들은 큰 키가 부럽다. 키크고 근육질인 남자, 키크고 날씬한 여자는 만인의 선망을 받는다. 그러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늦는 어린이들이 있다. 다 자라도 평균 키에 크게 모자란다. 요즘에는 이들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사해 키를 키우기도 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많은 가축들이 성장호르몬을 복용한다. 성장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사람과 다르다. 건국대 동물자원연구센터 김창원 교수(축산학과)는 『가축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입하면 성장이 빨라지고 등지방이 줄어들어 육질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축복에는 비극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성장호르몬 요법에는 부작용이 많다. 스스로 만들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온 성장호르몬은 가끔 일상적인 신진대사를 파괴하곤 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굵어지는 「말단비대증」도 무섭다. 연구센터의 이훈택 교수(축산학과)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도와주는 「결합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일정한 기간만 몸 속에 존재합니다. 수명이 지나면 외부로 배출되거나 몸 안에서 분해됩니다. 결합단백질은 성장호르몬의 수명을 늘려 성장호르몬의 기능이 오래 지속되도록 만듭니다.』 가축의 몸 안에는 성장호르몬과 결합하는 운반체 단백질이 있다. 이교수는 이 운반체의 유전자를 분리, 외부에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 「결합단백질」과 결합한 성장호르몬은 다른 호르몬보다 분해 속도가 늦거나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성장호르몬이 오래 살아남는다. 자신이 만든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 『이 결합단백질이 상품화되면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고 육질을 개선할 뿐아니라 왜소증 환자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교수는 설명한다. 연구센터에서 연구하는 것은 키 뿐아니다. 연구센터 사람들은 모두 다이어트 전문가다. 인간사회의 다이어트 전문가는 살을 빼려고 애쓰지만 이교수는 꺼꾸로 살을 찌우려 한다. 올해초 비만유전자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몸 속의 에너지 균형과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렙틴」유전자다. 이교수팀은 이 유전자를 최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이교수는 지금 이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렙틴을 대량 생산하면 뚱뚱하면서도 지방이 적은 돼지를 만들 수 있으며 사람의 비만 치료 연구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이처럼 소, 돼지 등 가축을 다루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동물자원연구센터를 「목장」이라고 부른다. 최영석씨(석사과정)도 『목장 주인이 되기 위해 축산학과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험을 시작하면 더이상 낭만적인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수술을 하려면 돼지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1백㎏이 넘는 돼지를 장정 네명이 겨우 들어 올릴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마취다. 『사람들은 돼지가 그렇게 이빨 힘이 센지 몰라요. 마취를 하려면 먼저 주둥이를 묶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돼지에게 물려 살점이 뜯겨 나갑니다. 또 마취가 풀린 돼지에게 채인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돼지 4마리와 씨름하면 하루가 저문다』고 최영석씨는 말한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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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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