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진국 노동시장 '여성시대'

기술집약적 산업구조 변화 따라<br>"美선 곧 전체 근로자 절반 넘을것"


지난 세기 본격적인 사회 진출에 성공한 이래 '소수'에 머물러 온 여성들이 선진국 노동 시장에서 남성을 제치고 '주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부상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효율성 강화와 함께 더욱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도 여성 고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향후 몇 개월 안에 여성이 미국 전체 근로 인력의 50%를 넘어서며 남성을 '마이너'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여성들은 이미 대학생 숫자와 전문직 종사자 비율에서 남성을 넘어서 있는데 올해 내로 전체 근로 시장에서도 '메이저'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한 것이 지난 50년간 일어난 큰 변화였다면 앞으로 50년은 그로 인한 사회적 결과를 수용해 가는 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고용 강화를 부채질하는 것은 다름아닌 경제적 필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남성인력이 포진한 제조업의 타격이 컸던 데다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적으로 변모해 각국마다 여성 인력을 더 사용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들은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고용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20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따르면 지난 경제위기 이래 제조업체의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독일에서 2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나 여성은 단지 1만개의 일자리를 잃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도 경제위기 이래 직업을 잃은 근로자 가운데 3분의2가 남성으로, 남성 실업률은 현재 11.2%, 여성 실업률은 8.6%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에서 지난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일자리 800만개 중 600만개가 여성에게 돌아갔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조건이 동등할 경우 노동시장의 여성 참여로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21%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양질의 교육을 받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도 다른 원인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남성보다 대학교육을 더 받은 여성의 숫자는 2011년까지 260만 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여성들의 창업비율도 늘고 있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창업에 나선 여성의 숫자는 남성의 배에 달했다. 현재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선진국들과 주요 기업들은 여성의 사회참여 비율이 가장 높은 북유럽국가의 출산율이 수위권이라는 데 주목하며 또 다른 변화 흐름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ㆍ영국 등보다 100여 년 먼저 저소득층을 포함하는 의무교육제도를 도입, 현재까지 오전수업 제도를 유지해 온 독일도 최근 1,600개 학교에서 오후 수업 제도를 받아들이는 등 250년 이어온 전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는 30~34세 독일 여성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이 40.2%에 달하며 영국(32.7%)과 프랑스(26.4%)를 크게 초과하자 도출된 고육지책이다. 로펌인 애들셔 고다르의 경우 육아로 근무 시간을 줄여야 하는 여성 직원들을 위해 기존 파트너 직에 상응하는 법률고문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바클레이즈는 5년간 무임금 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재능의 전쟁'의 수혜자로 부상하며 고용이 늘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러나 육아를 위한 사회적 대안이 창출되지 않을 경우 이는 역전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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