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진행될 본단지 1단계 분양으로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개성공단 1호 기업인 소노코쿠진웨어의 경협자금 유용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정부의 금융지원 방식변경 등의 대내외적인 악재가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한미FTA 협상에서의 원산지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를 빌미로 미국, 일본의 대북제재가 강화될 수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수 있는 메가톤급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인프라 조기 구축, 원산지 문제 해결, 금융지원 구체화 등의 방법을 통해 악재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재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과장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 돌파구를 찾기위해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번 악재 해결을 통해 외부사태와 상관없이 개성공단사업은 계속 추진된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원산지 표시문제 해결 필요 = 한미FTA협상으로 인해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개성공단의 성공 열쇠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원산지 표시문제가 장기적으로는 해결돼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개성공단 사업 자체를 방해할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주 희망업체들이 원산지 표시로 인한 불이익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대미 수출이 필요한 물량은 남한에서 생산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통해 불이익을 피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의 장호선 전무는 "한미FTA 협상으로 원산지 표시 문제가 최근 부각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처음부터 중소기업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고지금까지 각 업체들 나름대로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원산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A중소기업 관계자 역시 "공단에는 대미 수출물량이 많은 의류, 봉제 등과 관련된 업체들이 주로 입주하게 된다"면서 "수출 시장에서 경쟁국인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원산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구체적인 자금지원방안 내놔야 = 업체들은 원산지 표시문제 해결보다 입주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보고있다.
정부는 지난달 공단 입주업체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입주업체에 대한자금지원을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직접 대출에서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보증지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에는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기업을 위한 별도의 자금이 책정돼 있지 않아 재원부족으로 입주 희망 업체들이 보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을 이용하게 되면 남북협력기금의 금리(연 4%)보다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것도 입주 희망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김재진 중앙회 과장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만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단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신용보증을 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안정적으로 보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보 내 별도의 보증재원을 마련하는 등 금융지원방식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B업체 관계자는 "보증한도가 100억원으로 크게 늘기는 했지만 남북경협자금보다 이율이 높아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관건' = 개성공단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주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지난달 연기한 본단지 1단계 분양일정을 아직까지 잡지 못하는 것도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로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의 비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의 이원섭 부장은 "개성공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만 들면 기업들이 공단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대다수 업체들이 공장을 가동한 지 1년이 안됐는데 1년반 정도가 되면 수익을 내는 기업이 상당수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입주기업들은 외부 악재에 대응하는 것만큼 공단 인프라 구축을 조속히 완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호선 로만손 전무는 "외부 악재에 대응하는 것보다 내부 인프라 구축이 개성공단을 조기 정착시키는 데 더 중요하다"면서 "전기, 숙박, 용수 문제가 입주 때부터 해결돼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어 개별업체들이 설치하기 힘든 시설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