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법정관리 오해와 진실


최근 웅진그룹의 웅진홀딩스ㆍ극동건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계기로 법정관리제도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도산법 연구를 주된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흔히 법정관리라 불리는 기업회생제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의당 반가워야겠지만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그릇된 비난이 넘쳐나는 현실이 그런 마음을 앗아간다.

대주주 주식 거의 소각 경영권 잃어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기업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게 잘못이라고 나무라는 듯한 태도다. 법정관리란 과다한 부채로 파산 위험에 직면한 기업의 자본구조를 재편해 그 위험을 제거하는 절차다. 세상에는 차라리 파산시키는 게 나은 기업도 많고 법정관리가 그런 기업까지 살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도 꽤 있으니 법원의 주재하에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통해 옥석을 가릴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을 터인데 법정관리는 그런 기회를 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여하간 기업이 망할 듯하니 살아보려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니 살아 있던 기업이 망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니 비판의 칼날은 경영진이 잘못된 경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남겨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 것에 겨눠져야 한다. 이를 법정관리 신청을 한 데로 돌리는 것은 엉뚱한 본말전도다. 기업의 근로자ㆍ거래처ㆍ채권금융기관ㆍ투자자 등이 입게 된 피해는 잘못된 경영의 결과일 뿐 법정관리 신청 탓이 아닌 것이다.


그에 버금가는 오해로는 법정관리가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유지시켜준다는 비난을 들 수 있다. 이는 현행법(채무자회생 및 파산법)이 원칙적으로 기업의 대표자를 그대로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를 채택했기에 제기되는 듯한데 그러한 제도가 바람직한지가 이론적ㆍ실증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행법에서도 채권자협의회가 상당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면 법원이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다. 웅진그룹의 경우에는 채권단의 반대에 직면한 윤석금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설령 그가 버텼더라도 당연히 관리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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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인이 대체로 길어야 1년 남짓인 법정관리기간 동안에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법정관리 절차에서는 채권자보다 주주가 더 큰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자본 재편을 하기 때문에 실무상 거의 예외 없이 기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소각한다. 또한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일단 새로운 대주주로 등장하며 많은 경우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기업을 매각한다. 따라서 새로운 대주주가 허용하지 않는 한 법정관리가 종결된 후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여지란 없다.

법원은 직접적 경영개입 지양해야

물론 현행 법정관리제도에는 그 설계ㆍ운용면에서 보완할 점이 아직 많다. 예컨대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주도하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법원이 절차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의견 대립과 분쟁을 해결하는 본연의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고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지양돼야 하며 법정관리 신청부터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가급적 더욱 줄여가야 할 것이다.

또한 법정관리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각기 나름의 장점이 있는 제도이므로 법원과 금융감독당국이 도산 절차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상황도 종식될 필요가 있다.

경험상 큰 기대는 금물이겠으나 기왕에 촉발된 여론의 관심이 내실 있는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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