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대부분의 골퍼가 로프트 몇도, 플렉스 무엇을 달라고 한다." 드라이버를 구매할 때 골퍼들의 선택기준에 대한 로드숍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업체별뿐만 아니라 동일한 드라이버조차 스펙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택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클럽 피팅 담당자가 "당신에게 적합한 드라이버 스펙은 로프트 12°, 플렉스 A"라고 한다면? "여성용 클럽 아니냐. 사용하지 않겠다"고 할 골퍼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드라이버가 여성용이라고 사용을 거부한 스펙과 동일할 수 있다. 그것이 리얼 스펙이다. 로프트, 같은 모델조차 다르다
로프트 과신은 금물. 대부분 실제보다 낮게 표기. 모든 드라이버의 로프트는 동일하게 제작되지 않는다. 아니 제작될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작업해도 오차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오차범위가 업체별로 ±0.5°~±2°에 달한다는 점이다. 10.5°일 때 실제 로프트가 12.5°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차가 아닌 오류라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다. 로프트가 실제와 다른 이유는 기술적 오차 때문만은 아니다. 업체별 로프트 측정 장비와 기준이 다른 것도 한 이유다. 각도계(디지털게이지)를 이용해 단순하게 재는가 하면, 특정 기준에 따라 스윙머신으로 임팩트했을 때 타출각, 탄도, 샷거리 결과로 정하는 곳도 있다. 디지털게이지로 측정할 때 페이스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삼는지도 다르다. 롤(페이스 굴곡) 때문에 기준점에 따라 로프트가 크게 달라진다.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로프트 측정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업체별 측정 기준과 방법이 다르고, 같은 로프트일지라도 차이가 있다." 로프트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용품업체가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도 실제 로프트가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헤드스피드가 110mph(프로골퍼 수준)일 때 10°, 95mph(남자 평균)일 때 12°, 80mph(여자 평균)일 때 14° 로프트를 사용해야 샷거리와 탄도가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헤드스피드가 줄어들수록 로프트는 커져야 한다. 하지만 10.5° 이상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남자골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남자 골퍼 헤드스피드가 100~105mph 이상이기 때문일까. 골퍼들은 낮은 로프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고수라면, 고수가 되고 싶다면 로프트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용품업체는 실제 로프트를 표기할 수 없다고 한다. '오차 범위 내에 포함된다'는 합리화 아래 의도적으로 로프트를 0.5°~2° 낮춰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 용품업체 피팅 담당자의 말이다. "드라이버 피팅을 받은 골퍼 대부분 낮은 로프트를 선호했다. 남자는 10.5°, 여자는 13° 이하를 원했다. 남자는 12°, 여자는 14°일 때 테스트 결과가 뛰어났지만 적정 로프트를 선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낮은 로프트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낮은 로프트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일부 용품업체는 의도적으로 실제보다 낮게 로프트를 표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