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바젤2 시행따라 자본적립금 부담 '눈덩이'

미사용 대출액 최고 70% 위험가중자산 편입<br>2011년엔 대출기간 상관없이 75%까지 포함<br>은행별 70~100兆 달해 BIS 1~1.5%P 하락


은행들이 약정한 대출한도를 다 사용하지 않으면 미(未)사용분을 무조건 취소할 수 있는 '미사용 대출한도약정 취소 방안'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은행연합회와 협력해 실무작업반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새로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규약인 '바젤2'가 시행됨에 따라 미사용 대출한도가 많을수록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그만큼 더 떨어지게 된다. 현재 미사용 대출한도는 은행별로 70조~100조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도 대출 성격인 당좌 및 일반 기업여신 대출한도만 66조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한도 66조원 가운데 실제로 대출이 일어나지 않은 미사용률은 70%(46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바젤2 시행과 함께 미사용 대출한도 때문에 BIS비율이 1.5%포인트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사용 대출금액인 46조원의 최소 20%(9조2,000억원)를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해 위험가중자산에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서 113조원 수준인 위험가중자산이 10조~1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BIS비율도 1~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위험가중자산 및 자본적립금 '눈덩이'처럼 늘어=지금은 은행이 기업과 대출한도를 약정하면 그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기업이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당초 약정한 한도를 다 쓰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자금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 현행 BIS비율 기준은 실제 사용된 대출금액만 위험가중자산으로 잡기 때문에 대출한도를 많이 늘려도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되는 바젤2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대출약정한도도 위험가중자산으로 간주돼 은행의 BIS비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바젤2에서는 미사용 대출금액에 대해서도 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 20%, 1년을 초과하면 50%만큼 위험가중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본내부등급법에서는 '사전 통지 없이 무조건 취소 가능한 대출약정'은 지금처럼 0%를 적용하지만 '무조건 취소할 수 없는 약정'에 대해선 70%를 위험가중자산 처리비율로 적용함으로써 추가적인 자본적립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오는 2011년부터는 건전성 기준이 더욱 강화돼 대출기간에 관계없이 미사용 대출금액의 75%가 위험가중자산으로 편입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미사용 대출금액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기 자금조달 더 어려워져=현재 개별 은행마다 미사용 대출한도가 70조~100조원에 이른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 약정한도는 조 단위에 달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새로운 약정한도안을 도입하면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한도와 여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주장일 뿐이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은 "미사용 대출한도를 축소하되 이런 축소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고 금융감독당국에 질의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출을 이용 중인 기존 고객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젤2 기반에서는 대기업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이 약정한도를 확대해 은행 대출을 늘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은행들은 기업과 한도성 여신 약정을 체결할 경우 한도약정수수료 외에 미사용수수료도 부과하고 있다. 바젤2 시행과 함께 미사용 한도에 대한 자기자본을 추가로 적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수료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바젤2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자기자본 확충 부담을 중소기업들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새 방안이 도입되면 대기업에 비해 낮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 당좌대출이나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 구매자금 대출 등 한도성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젤2'란
기존 BIS협약 내용 강화…대출대상 신용도도 반영
'바젤2'란 지난 2004년 6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기존 BIS협약(바젤1)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표한 새로운 협약을 가리킨다. 기존의 은행 자기자본 규제 기준인 BIS협약 내용을 강화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시행됐다. 기존의 BIS협약도 기업이나 소비자의 대출자산에 대해 일정 수준(8%)의 자기자본 보유를 의무화했으나 대출자산의 신용도(부도율)를 구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젤2는 대출을 받는 기업 또는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바젤2는 ▦최저 자기자본 관리 ▦금융감독당국의 점검 ▦공시확충을 통한 시장규율 강화 등 3개의 큰 틀로 구성된다. 금융권에서는 바젤2의 도입과 함께 일단 차입 주체별로 리스크를 세분화한 만큼 은행들의 BIS비율이 1~2%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의 리스크 산출 방식이 세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개인이나 대기업의 대출은 늘어나는 반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대비해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미리 적립하게 된다. 바젤2가 시행되면서 대출해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적립금 비율도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은행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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