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러한 정보가 상호 작용하여 발생할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 불확실성이다. 기업이 투자를 할 때 불확실한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 결과가 현재의 투입을 초과해 초과이득을 줄 것이 확실할 때 투자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 만일 불확실성이 높고, 그 결과를 잘 알 수 없을 때 기업은 투자 의사결정을 보류하고 이 불확실성이 좀 더 제거되기를 기다린다. 이것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제로 금리에 가까운데도 전세계에서 저축률이 제일 높은 것도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즉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노후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때문에 일단 저축을 하여 거기에 대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 경제가 활력 있고 성장성이 높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확실한 요소를 어느 정도 제거하는가가 과제가 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때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경제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정책 결정의 기본 원칙과 철학을 분명히 하고, 이 원칙과 철학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곤란하며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즉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고 그 정책에 의해 손해를 입는 집단 조차도 이를 수긍할 수 있는 원칙에 따른 정책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결정 과정이 공개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보가 공개되고 정책 결정 과정이 공개된다면 자의적인 의사 결정이 줄어들 것이고, 누구든 이를 납득할 수 있어 그 집행의 편리성이 높아질 것이다. 최근 모든 이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사스(SARS) 확산과정에서 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불확실한 상태로 있을 때 우리는 그 귀결이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 지 분명히 보고 있다. 아울러 기업 경영에서도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자본시장을 통한 투자의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자본시장에서 투자가가 어떤 기업에 투자할 때 그 투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면 그 누가 투자를 할 것인가. 우리는 불확실성이라는 지뢰밭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지뢰밭에서는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으며, 그저 복지부동의 상태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 지 모른다. 아니 복지부동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 지뢰가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뢰 표지이다. 지뢰밭에서도 지뢰 표지가 정확히 제공되고 있다면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경제 주체들이 안심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활력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예측 가능성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용규(동원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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