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계·감리·사업관리 등 건설핵심분야 외국사 「노른자」 잠식가속

◎자본­기술력 앞세워 속속진출/국내업계 하청사로 전락 우려/시공도 이미 4개사 상륙해외건설업체들의 국내 건설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자본과 기술력이 우월한 해외건설업체들의 진출로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의 도산 또는 하청사 전락이 우려된다.<본지 20일자 31면 참조> 국내 진출 외국건설업체는 지난 93년말까지 8개사에 불과했으나 지난 94년 일반 건설업의 1백% 단독투자 허용 이후 급증, 이달 현재 35개사에 이르고 있다. 국내 설계와 감리기술수준의 낙후성으로 외국 설계사와 감리사중 국내 참여를 표명한 업체는 각각 20개,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시공 분야에도 미국 벡텔인터내셔널과 후루워다니엘, 일본 후지타, 중국 건축공정총공사 등 4개사가 상륙한 상태다. 국내 건설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다각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외국 대형업체들은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설계와 감리, 건설사업관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제한적 최저가격 낙찰방식을 도입한 영종도 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공사를 낙찰받은 한진컨소시엄에는 한진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대우 건설부문과 함께 미후루워다니엘도 참여, 외국 건설업체들의 대규모 SOC 사업 참여를 촉발시켰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사업의 경우 ▲사업관리는 미국 벡텔 ▲노면설계 검증은 프랑스 시스트라 ▲감리는 독일 DEC가 맡아 핵심부문은 외국사가 나눠 갖고 국내 업체들은 주변 분야만을 담당하게 됐다. 지난 22일 실시된 탐진다목적댐 건설사업 입찰에서 일본내 도급순위 7위업체인 후지타건설이 비록 낙찰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LG건설을 대표로 하는 LG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년 1월 공공건설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업체의 국내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세계적 발전설비업체인 이탈리아 안살도사의 사장 등 9명의 대표단과 독일 건설도시개발부장관 클라우스 퇴퍼가 방한한 것도 국내 건설시장 진출을 협의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공공공사 규모가 점차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공공건설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국내 업체들은 외국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의 상호 협력과 기술력 향상, 정책과 제도의 정비, 건설인의 자질 향상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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