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업의 독해법/서건일 중기연 초빙연구위원(여의도칼럼)

올해에는 아무래도 국내 노동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것 같다.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성장둔화의 1차적 파급효과가 바로 고용구조의 격변을 초래할 것이란 예견이다.사실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더이상 버티기 힘든 저하된 기업의 경쟁력, 수출부진과 사상최고의 국제수지적자, 여기에다 경기불황과 물가, 환율불안까지 겹쳤다. 경제의 모양새가 이처럼 말이 아닌데도 이렇다할 해결의 방략이 보이지 않는데 또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대기업들은 비용절감, 효율성 향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한다며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사람과 사이즈를 줄이고 자르고…. 그바람에 고개숙인 남자, 조기퇴직 사원들이 늘어난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며 나온것이 노동법개정이다. 노동시장을 좀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함으로써 기업도 살리고 대량실업도 막자는 것이 정부의 정책의지다. 그것이「날치기」란 덫에 걸려 낭패를 겪고 있다. 대기업의 입장인즉, 지난 10년간 두자리 수의 물가와 임금인상을 감내해온 터에 이제는 더이상 버텨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동안에는 고성장과 여러가지 특수붐을 타서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도 주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확 달라졌다. 더 이상 구조적 비효율을 안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근로자의 목소리는 딴판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잉여자금을 잘못썼다. 공정한 이익분배도 하지 않았고, 제품과 기술·인력개발을 게을리 함으로써 오늘의 위기경제를 자초했다. 오직 기업규모 확장과 사재축적에 더 열을 내었다. 뭔가 잘된다 싶으면 뛰어들고, 사람이 없으면 스카웃해다 쓰느라 키우지는 않고…. 잘 나갈때는 가만있다 이제 와서 해고라니 무슨 소린가 한다. 최근의 파업사태는 이러한 노·사·정간 갈등과 불신, 미래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빚어낸 시대의 아픔이다. 이 아픔은 기득권과 현재의 안정만을 추구하려해서는 해결이 안된다. 그리고 해결은 기본적으로 지속적 번영과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 그 성장의 원천은 파업사태의 축이되고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있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변화에 유연하며 파업에서 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창업이 불황과 실업 파고를 이겨내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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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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