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내수 활성화 대책] 돈은 안풀고 뜬구름 아이디어만…

월 1회 전통시장 가는 날 등 잠자던 정책들 재탕 삼탕<br>"쓸 돈 어디 있다고 쉬게 하나"… "번지수 잘못 짚었다" 비판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내수활성화 대책에는 돈이 들어가는 방안이 대부분 빠졌다. 물가가 폭등하고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통화량을 늘리고 재정투입을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을 풀 수도, 재정을 투입할 수도 없는 시점에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내수확대 총력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골목경기 개선방안, 내수경기 활성화 대책에 들어간 아이디어 대부분은 이미 수차례 정부와 국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에 불과했고 확실한 향후 추진일정도 확정 짓지 못했다. 더러는 정책으로 확정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을 많이 놀게 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방안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서민에는 뜬구름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돈은 못 푼다" 제도개선에 초점=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고 나랏빚이 어느 때보다 늘어난 상황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은 애초부터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돈 대신 제도ㆍ규제를 개선해 내수활성화의 물꼬를 틔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다. 17~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아래 전부처가 참여한 1박2일 내수활성화 국정토론회에서는 크게 골목경기 활성화,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대책이 논의됐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여가 활용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해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현재 9-6제(오전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에서 8-5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경우 대체휴가를 쓰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료 등 전문자격사 법인에 대한 일반인 투자허용 검토, 자격제도의 진입장벽 완화 등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세제 지원도 추진돼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300만원의 경우 현행대로 유지하되 전통시장 사용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K-POP 열풍 등으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류스타의 거리' '대중문화 교류의 전당' 조성 등 아이디어를 검토할 방침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참석자들 모두 놀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논의했고 이 내용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계 명확한 '내수 활성화'=쏟아진 내수활성화 대책이 정말로 내수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한다. 구내식당 휴무제 확대, 월 1회 전통시장 가는 날 제정처럼 전형적인 탁상행정 아이디어가 대책의 대부분을 채웠다. 대체공휴일제, 봄ㆍ가을방학 신설 등은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지난 수 년간 사실상 서류철에 잠자던 아이디어였는데 대책을 급하게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서비스업 규제완화를 위한 투자개방 병원 도입이나 자격제도 진입장벽 완화 등은 모두 재정부가 '군불만 때다' 관련 부처나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진척이 더딘 분야다. 향후 어떻게 추진할지 스케줄은 잡혀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내수가 죽은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서민층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인데 정부는 돈을 쓸 곳이 없어 내수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2010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59.2%를 기록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덕에 경제성장은 잘 됐지만 소비를 통해 내수를 뒷받침해줄 노동소득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요 압박에 따른 물가상승까지 겹치며 정부로서는 돈을 풀지도, 그렇다고 함부로 긴축에 나설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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