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능형 로봇과 이공계 르네상스


우리 사회에 로봇의 영역이 소리 없이 확장되고 있어 미래 어느 시점에선가 '로봇 3원칙'이 심각하게 제기될 날이 있을 것이다. 로봇 3원칙은 미국의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지난 1942년작 단편 '런어라운드(Runaroundㆍ핑계 또는 속임수)'에서 처음 언급했는데 배우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4년작 영화 '아이, 로봇(I, Robot)'에서도 접할 수 있다.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다만 명령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다. 단기 성과 급급 원천기술 취약 홈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로봇청소기, 다음해까지 전국 8,500여개 유치원에 보급할 계획인 유아교육용 로봇 '아이로비Q', 외과수술용 로봇 '로보닥' 등 로봇산업은 이미 도입기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도 미래 국가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어 로봇산업은 침체된 이공계에 르네상스를 가져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이공계 활성화를 통한 과학기술 강국 저변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폐허를 딛고 반세기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장국이 된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융합, 로봇, 그린 수송시스템, 신소재ㆍ나노 등 뉴 프런티어 분야에서 강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제2차 과학기술인재 육성ㆍ지원 기본계획(2011~2015)을 발표하고 적극 추진 중이다. 핵심은 이공계 분야 활성화와 고급인재 육성이다. 또 녹색ㆍ친환경, 신소재ㆍ로봇, 소프트웨어(SW), 교육ㆍ콘텐츠 분야를 유망직종군으로 꼽아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는데 이 중에서도 주목할 분야가 바로 로봇이다. 20세기 후반 제조업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로봇은 산업용이 주류를 이뤄왔으나 최근 선진기술을 가진 미국ㆍ일본 등을 중심으로 인간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비해 아직 가격경쟁력, 기능적 완성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로봇 개발이 중ㆍ단기적 성과 위주로 진행돼 기능적 완성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가 미흡,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관련 시장 성장이 더딘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로봇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제조ㆍ적용기술 90%, 설계ㆍ지능화기술 80%, 모터 구동부 70% 정도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최고기술 보유국 평균의 80%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오는 2015년까지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우리가 앞서가는 분야도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 욕구에 맞춘 새로운 지능형 로봇 시장이 그것이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지능형 로봇은 융합 개념이 강하다. 지능형 로봇은 1차적으로 로봇 콘텐츠를 통해 기계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대중적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뭔가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 디자인이든, 기능적 참신함이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결합돼야 한다. 이것이 로봇 융합산업이다. 인문ㆍ공학 등 통섭에 미래 달려 언어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와 로봇의 만남, 우수한 외과의사와 로봇의 만남, 예술가와 로봇의 만남, 교사와 로봇의 만남 등 로봇 융합산업은 이공계 영역을 현재보다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해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다시 공학을 전공해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반대로 공학 전공자가 디자인ㆍ예술 등을 부전공으로 통섭하는 교육의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