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투자자들은 남의 평판따라 투자한다

■ 실험경제학 (로스 M.밀러 외 지음, 일상이상 펴냄)


한 영국 신문이 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여성 100명의 사진을 실어 독자들에게 6표씩 투표권을 줬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여성이 우승하는 미인대회였다. 이 때 독자들이 표를 던진 사람은 과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이었을까?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 버논 L. 스미스와 뉴욕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스 M.밀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보다 다른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길 것 같은 여성들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주관보다 다른 사람의 평판을 따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벌어진다. 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가장 눈여겨볼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식에 투자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과 평판에 따라 투자하다 보니 그 주식이 가진 내재가치를 상회하는 가격이 발생하고 이것이 주식 가격의 거품 발생 요인이라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실험경제학은 기획ㆍ투자ㆍ 마케팅ㆍ계약 등 실제 경제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실과 거의 똑 같은 실험을 하고 특정한 법칙을 도출해내는 학문이다. 실험을 통해 실제 경제활동에서 리스크를 줄이게 해주는 실험경제학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와튼 경영대학원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가 됐다. 저자들은 복잡해진 현대 금융시장에서 고전경제학은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실험을 통해 여러 경제이론의 개선점을 내놓는 '실험경제학' 이라는 것.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경제학의 가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이 되고 있는 지 보여준다. 특히 실험경제학의 특징은'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해내는'경제적인 활동의 기본적인 목표에 그치지 않고 형평성의 문제까지 고려한다. 형평성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분배 정의'와도 관계되는데 '분배 정의'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실험경제학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더불어 잘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학이라는 주장이다. 책은 시장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완전해지지 않는다면서 시장을 움직이는 요소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을 보다 안전하고 완전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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