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잡스의 또 다른 메시지


디지털 시대 최고의 선구자였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에 선보인 창조와 혁신에 열광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추억하는 동영상이나 사진, 추모 메시지 등을 인터넷에 올리며 큰 별을 잃은 충격을 달래고 있다. 한때 트위터 사이트의 접속이 지연될 정도로 네티즌들이 몰렸다고 하니 추모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것 같다.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같은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앞다퉈 애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을 보면 잡스는 국가와 연령을 초월한 시대의 아이콘이었음이 틀림없다. 외부 콘텐츠 개발자와 동반성장 특유의 상상력과 열정으로 디지털 라이프를 창조해온 잡스가 디지털 시대 기업이 혁신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던져준 메시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홀로 성장보다 동반성장이 디지털 시대에는 더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잡스가 매우 도전적으로 시도했던 앱스토어 모델을 살펴보자. 앱스토어는 단순한 콘텐츠의 거래공간이 아니었다. 개발자들에게 콘텐츠 판매수익의 70%를 주고 30%만이 애플 몫이었다. 다른 곳에서 20~30% 정도의 판매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영세 콘텐츠 개발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단비였겠는가. 이에 너도나도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등록하기 바빴고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풍부한 앱스토어와 애플 제품에 열광했다. 애플은 이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1.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비용 절감을 우선하기보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 전 KT가 발표한 소프트웨어(SW) 구매 시스템 혁신이 그것인데 KT는 SW 구매 시스템을 가치 중심으로 완전히 개선하고, 나아가 중소 SW 기업들의 해외진출까지 지원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인 SW를 살리기 위해 SW 분리발주, 하도급 승인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ㆍ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제도보다도 실제 구매 현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려는 풍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SW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구매자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이번 SW 구매 시스템 혁신은 애플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도요, 우리나라 SW 구매 관행에 새로운 롤 모델이자 SW 생태계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부디 창의적으로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아서 SW 기업들도 수익을 남기고 직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입사 지원자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생태계가 바뀌기를 기대한다. SW 가치 인정해야 산업도 발전 얼마 전 인터넷 기업이자 SW 기업인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을 보더라도 이제는 하드웨어(HW)와 SW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결정짓는 융합의 시대다. HW뿐 아니라 융합의 한 축인 SW에서도 경쟁력을 가져야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동반성장을 이루려는 움직임은 SW를 넘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정부도 SW산업의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월드베스트 SW 개발사업이라든지,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더 많은 기업들이 SW의 가치 인정을 통한 동반성장에 동참해 국가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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