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강세는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수출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화강세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내수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최근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주들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10월 초 13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한 달여만에 150만원을 회복했다. 현대차 역시 10월 중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최근 26만원대를 넘어서는 등 양호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주의 경우 원화 강세가 부담일 수 밖에 없지만 원화강세기에 국내외 경기회복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의 장기적인 추세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치의 높고 낮음을 떠나 달러 자체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국내로 유입 되는 달러가 너무 많아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 외국인이 매수한 주식규모가 1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유입되는 달러가 확대되는데다 달러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장기 추세라는 것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달 23일 1,050선으로 하락했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1,060선으로 회복됐지만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더라도 IT, 자동차 등 국내 수출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수출주들의 올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연평균 환율이 100원 하락한다고 할지라도 주요 수출업종의 이익률 감소는 1% 미만이라는 점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원화 강세구간에서도 수출주가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만으로 수출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또 대내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외화보유액 사상 최대 보유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원화강세를 끌고 있다는 점도 수출주들에게 부정적인 요인보다는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화 강세에 대한 IT와 자동차의 민감도는 과거 대비축소되고 있다"며 "주요 원인은 해외생산 비중 증가, 비용 통제 효과, 원재료 수입 헷지 효과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 증가에 따라 과거보다 환민감도가 축소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달러강세가 수출주들의 상승 모멘텀을 약화시킬 순 있지만 최근의 원화 가치 강세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입 물가 안정 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IT업종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호조에 따라 매출 신장이 이어지고 있는데서 답을 찾고 있다. 또 자동차주는 최근 엔화 약세가 주춤한 것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주로 경쟁하기 때문에 엔화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내수주 우위의 전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 시장의 경우 이런 패러다임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며 "당분간 증시 대응 전략에서는 실적이나 가격 매력에 따른 모멘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국내외경기 환경이 원화강세를 이끄는만큼 수출경기에도 우호적일 것"이라며 "다만 수출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속도가 높아질 수록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환율 민감도가 낮은 수출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