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션트수술 성공률 90%<br>"내년엔 태아 내시경 도입 치료 효과 높일것"
|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가 산모에게 태아심장초음파를 실시하고 있다. |
|
2년 전 김포에 살던 임산부 강모씨는 ‘아이 몸에 복수(물)가 심하게 찼으니 포기하라’는 동네 산부인과의원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찾아 ‘션트수술(태아 몸에 관을 꽂아 물을 밖으로 빼는 수술)’을 권유받고 그해 3월 수술을 받았다. 3개월 후 강씨는 2.6㎏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고마운 마음에 최근 센터 의료진 앞으로 아이 사진을 담은 감사편지를 보내 왔다.
지난 2004년 7월 국내 최초로 태아의 기형 및 각종 선천성질환 전문치료센터로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찾은 임산부의 수는 지난 해에만 4,000여 명이 넘는다.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션트수술을 50건 이상 시행했으며 9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태아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즉시 산부인과, 소아신경과, 소아외과, 소아정형외과, 선천성 안면기형전문 성형외과 등 태아질환과 관련된 모든 과의 협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산모를 정밀진단해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먼저 다니던 병원에 검사결과를 넘겨줘 산모의 향후 진료 및 출산에 편의를 제공한다.
태아수술은 임신부의 자궁 안에 있는 아이를 수술하는 만큼 정교함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태아치료센터는 2004년 개소 이후 지난 해까지 250건이 넘는 각종 태아치료수술을 실시해 왔다.
태아빈혈을 치료할 때는 태아의 혈액 부족으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탯줄 안의 혈관을 통해 수혈한다. 남자 태아의 요도에 막이 생겨 소변이 배출되지 않아 신장 손상→출생 후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태아후부요도판막증’을 치료할 때는 방광에 관을 꽂아 소변을 배출시키는 수술법을 시행한다.
이 센터에는 이필량 소장을 비롯해 김암ㆍ원혜성ㆍ심재윤 교수 등 4명의 태아치료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원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태아치료 전문기관인 UCSF 태아치료센터에서 연수를 받은 권위자로 임산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원 교수는 “태아에 질환이 있는 산모는 한시라도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데 휴일을 가리지 않고 진료하며 산모에게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한 의료진의 노력이 오늘 날의 태아치료센터가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센터측은 내년 산모의 복부를 통해 자궁 안으로 삽입, 태아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태아내시경을 도입해 치료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내시경이 도입되면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태아간의 혈액전달 이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