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슈추적] 삼성생명 상장무산

생보사 상장안 마련이 올해도 무산된 것에 대해 가장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인 곳은 바로 삼성차 채권단이다. 삼성차 채권 2조4,500억원을 탕감해 주는 대가로 받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을 이번에도 현금화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99년 8월 채권단과 삼성측이 `삼성차 부실관련 손실보전 합의서`에 서명한 후 4년여가 흘렀지만 상장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 해묵은 과제 역시 풀리지 않고 있다. 생보사 상장이 또 물 건너간 상황에서 삼성차 채권단이 채권회수를 위해 어떤 묘안을 짜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삼성측을 상대로`최후의 수단`으로 손실보존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채권회수책 마땅치 않아=삼성차 채권단은 지난주 사장단 회의에 이어 3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정부에 생보사 상장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데 그쳤다. 상장 기준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체적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현금화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을 비롯해 주요 채권단은 상장안 마련이 무산되기 전 삼성생명 주식의 해외매각을 심도 있게 추진했었다. 해외매각이 주식을 가장 신속히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상장안 마련을 통한 기업 가치 평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미 물건너간 방법이 되고 말았다. ◇소송제기 가능할까= 따라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소송 제기 여부다. 채권단은 합의문에 포함된 채무 지급 시한인 2000년 말이 지난 이후 정부에 상장안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소송 제기 의사를 꾸준히 밝혀 왔다. 서울보증 박해춘 사장은 2001년 9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삼성측을 상대로 손실금 지급을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과 지연이자 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 까지 했다. 그러나 소송 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채권단 내부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 우리은행의 경우 삼성의 주거래은행이라는 것이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다른 은행들도 소송 제기는 이런 저런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그룹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것이 채권단이 소송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송 청구시 승소할 자신도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이 확실히 이겨야 한다는 법률적인 판단이 나와야 하는데 법무법인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측 “책임 다했다”= 삼성은 99년 이건희 회장이 개인지분 400만주(삼성차 협력업체에 지급된 50만주 포함)를 내놓은 것으로 충분한 책임을 다 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채권단의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만일 채권단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게 되면 삼성이 2조4,500억원을 갚아야 하겠지만 패소하게 되면 채권단에 지급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도 반환해야 할 것”이라며 “채권단이 굳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해춘 서울보증보험 사장 “채권단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유동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인 후에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이 소송에 소극적이더라도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입니다” 박해춘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삼성차 채권 회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일문일답. -채권금융기관 사장단 모임과 운영위원회에서 무얼 논의했나. ▲상장안이 무산된 후 채권단의 허탈감은 어느 때 보다 컸다. 올해는 상장안이 마련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사장단 모임과 운영위원회에서는 생보사 상장안 마련이 삼성차 처리는 물론 우리나라 생보업계에 왜 시급한 현안인지를 정리, 조만간 정부에 상장기준 마련을 재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손실보전 청구소송은 3년째 검토만 하고 있는데. ▲소송 전에 삼성생명 주식을 유동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고 소송만 제기하면 삼성측에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법적조치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시작해야 한다.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소송에 소극적인 것 같은데.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은 삼성차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았고 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서울보증은 다르다.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여서 나중에 배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면 독자적으로라도 소송을 제기하겠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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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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