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오페라와 친해지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필자는 오페라를 접하고 사랑하게 되어 더 알고 싶었고 알고 나니 그 속에서 또다시 새로이 보이는 것이 생겼다. 또 이 좋은 것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필자처럼 오페라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일반인들이 오페라를 쉽게 이해하고 입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민회관 등에서 갈라 오페라나 해설 있는 음악회를 하거나 여러 극장에서 가족 오페라, 소극장 오페라 등을 기획해 공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설 곁들이면 이해 쉬워져 그중에서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게 될 미래 세대에게 세계인들이 즐기는 오페라를 맛보게 하고 익숙하게 하는 일로 생각된다. 필자는 지난 연말에 가족 오페라 '신데렐라'를 무대에 올렸다. 가족 오페라라는 기획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공연장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어린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었다. 그때 의외로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아이들이 몇 백명 단체로 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공연이 제대로 될 것인가. 아이들이 얼마나 오페라를 잘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봐줄 것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나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오페라라서 어렵지 않을까 했던 것은 어른들의 선입견에서 온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조용한 공연장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아이들은 충분히 극에 빠져들어 진지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여느 어른 관객들보다도 정직한 반응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호응에 무대 위의 가수들도 즐거웠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로 나가 아이들을 붙잡고는 "재미있었니?"라며 주책없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 생각보다 너무 구체적이어서 놀랐다. "새엄마가 아니라 새아빠여서 알던 거랑 좀 달랐어요" "왕자랑 하인이랑 바꿔치기한 건데 새 언니들이 그걸 못 알아보고 서로 잘 보이려 하는 게 너무 웃겼어요" 등등 극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내용들까지 조잘조잘 끊임없이 얘기해댔다. 사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또 어떠한가. 그 분위기와 음악의 즐거움을 그들이 온 몸으로 느끼고 갔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얼마나 큰 경험을 한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미래세대가 다양한 문화적인 체험을 하고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사실 오페라나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가 단순히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어릴 적부터 오페라를 많이 접하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이러한 문화적인 향수로 다시 오페라 무대를 찾을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즉, 어릴 때 겪었던 경험과 교육이 훗날 이들이 자발적인 관객이 되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 취미생활로 추천 어떨까 기성세대와 노년층의 발길을 잡는 것도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외국에 나가서 오페라 하우스를 찾았을 때 제일 부러운 것이 노년의 부부들이 손을 잡고 오페라 구경을 오는 풍경이었다. 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는 기성세대들을 공연장에서 찾아본다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다. 어렸을 적부터 '공연을 보는 문화'를 접해오지 못한 세대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는 '젊은이들'이 비교적 많아진 오늘날 앞에 언급한 여러 노력들이 계속적으로 더해진다면 훗날 그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는 관객의 폭도 그만큼 더 넓어지게 될 것이다. 그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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