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케인스적 발상을/최연홍 서울시립대 객원교수(특별기고)

◎정부 고용창출 위해 적자 재정도 불사해야○고비용해소에만 치중 한국경제가 추락하는 듯하다. 연 5∼6% 성장은 추락하는 경제는 아니지만 엄청난 외채, 무역적자, 기업의 금융부채, 한보·삼미사태가 추락하는 경제를 실감하게 한다. 마침내 청와대 영수회담은 경제위기 극복에 큰 뜻을 모았다. 이 나라 지성이 경제살리기에 여러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거의 모두 「고물가 저효율」처방에 집중됐다. 고물가, 고임금, 저효율을 풀어나가는 것이 한국경제 살리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케인스적 발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적자재정이 필요하다. 아무도 케인스적 경제이론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에 경제위기를 극복할 지혜와 용기가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가 이미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길은 정부가 열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기업이 난국을 헤쳐갈 지혜, 용기, 돈을 향유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조기퇴직, 명예퇴직의 바람이 기업 안에 불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단축조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가 비상사태로 접어들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그렇게 하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라 함은 산 위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라는 것과 근사하다. 기업은 기업의 몫을 갖고 있다. 지나친 정부규제, 정치와 기업의 연결고리를 깨뜨려서 기업을 자유롭게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정부가 아니다. 이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다. ○경제 방치는 직무유기 정부는 거시경제계획을 만들어 기업이 일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적인 힘을 갖고 있다. 정부가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정부의 원초적 역할과 기능을 알지 못하고 있는 자다. 작은 정부가 반드시 무력한 정부인 것은 아니다. 작은 정부일진대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야 할 때는 그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 힘은 경제기획의 힘이다. 경제기획원이 사라졌다 해도 이 나라의 총체적 경제난국을 풀어가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경제기획원 시절의 정부역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 나라 대통령이 생각한다면 그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정부는 성공적인 경제정책(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하여 기업들이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내게 하고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하도록 선처해야 한다. 안정적인 생활은 통화가치의 안정(인플레이션 억제, 물가고 억제)을 의미한다. ○통화가치 안정시켜야 땀흘려 일한 사람들이 은행에 저축해둔 돈이 하루아침에 그 가치를 잃게 된다면 사람들은 「과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늘의 한국의 현상이다. 경제가 위축되고 추락할 때 정부는 경제를 자극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추락하고 있는 경제가 다시 비상하도록 규제와 정치의 압력을 날개로부터 제거하는 일과 함께 적자재정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때 정부는 기업처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대학졸업자들을 한국의 낙후된 환경기초시설 건설, 복구에 동원한다. 그들을 미국의 평화군단(Peace Corps)과 견줄 환경군단이라고 불러도 좋다. 하수처리장 건설과 땅밑에서 새고 있는 관거 보수작업, 영세기업인들에게 환경기초교육을 시키는 일은 젊은 나이의 친구들이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대학졸업생들에게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1960년대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에 농촌계몽에 나섰다. 지금 환경계몽운동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자원봉사자로 2년, 3년 헌신하게 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들에게 기본적인 생활급료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도로공사, 교각건설·보수, 댐공사 등에 젊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대학을 졸업하는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고 나라사랑의 길 또한 열어놓게 될 것이다. ○60년대 열정 다시 한번 올해 예산은 적자재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적자재정을 무서워하지 않아야 한다. 극약도 때에 따라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극약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극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사람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한보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한국정치를 깨끗한 정치와 과거의 청산으로 자유롭게 해야 하며 적자재정을 통해 숨죽이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경제이론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경제살리기 운동은 대공황을 극복한 케인스의 적자재정을 통한 완전고용으로의 지향과 모순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내핍생활을 통한 물가안정, 경제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1960년대로 돌아가 희망과 열정, 나라사랑의 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 결국 모든 길은 희망봉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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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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