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와 언론의 외국 기업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공적을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시 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2013 칭화대 경제관리학원(SEM·한국의 경영대학원에 해당) 고문위원회 연례모임에 참석해 코카콜라·월마트·소니 등 다국적기업 CEO들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여기 모인 명망 있는 기업인들은 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이며 글로벌 경제에 대해 심오한 통찰력을 갖췄다"고 CEO들을 치하하는 한편 "여러분의 의견은 중국 정부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칭찬'은 중국의 연이은 외국 기업 때리기로 움츠러든 기업인들을 다독이려는 의도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최근 CCTV 등 중국 언론은 스타벅스가 중국서 과다이윤을 남긴다며 집중 비판했고 이어 삼성전자가 휴대폰 기술결함을 고객들에게 떠넘긴다고 지적해 기어이 사과와 무상수리 약속을 받아냈다. 앞서 애플·폭스바겐도 유사한 방식으로 공격 당했고 제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중국법인의 불법판촉 및 뇌물 스캔들이 터지며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시 주석)의 발언은 글로벌 기업들이 용서를 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시 주석의 참석을 계기로 드러난 칭화 SEM고문위원회의 '파워'도 주목할 만하다. 주룽지 전 총리가 2000년 창립했으며 현재도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위원회는 세계 경제계의 스타 인사를 매년 10월마다 한자리에 불러 칭화대 발전방안은 물론 최신 경영전략을 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제일의 명문대인 칭화대에 몰려든 전도유망한 인재들에게 '대가(大家)'들을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대니얼 애커슨(제너럴모터스·GM), 제이미 다이먼(JP모건) 등 선진국 대표 기업가는 물론 테리 고우(폭스콘) 같은 신흥국 대표도 눈에 띈다. 러우지웨이 재무부장, 왕치산 상무위원 등 중국의 지도급 인사도 위원이다. 팀 쿡 애플 CEO도 22일 가입했다.
이 같은 위상에 걸맞게 위원회는 항상 최고급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모임을 열머 류옌둥 국무위원이 매번 이들을 영접하는 등 중국 정부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주 전 총리가 참석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고문위원회가 연례모임과 함께 주최한 포럼에 참석했던 한 영미권 금융계 종사자는 "흔히 이런 종류의 위원회는 명목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SEM고문위원회는 서구권 최고 거물들과 중국의 인재들이 만나 최첨단 경제·경영지식을 쏟아내는 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