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앙등과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주택거래허가제와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 개발부담금 확대적용 등의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일부에서는 지난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실시한 토지공개념 정책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이미 위헌결정이 내려졌는데 실효성 없는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초과이득세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것은 토지투기억제를 위해 미실현 이득을 과세대상으로 한 입법목적이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개별토지의 지가조사를 감정평가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닌 하급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해 토지원본에 대한 과세가 될 우려가 있고 양도소득세 부과에서 토지초과이득세를 공제하지 않아 이중과세가 되는 등 행정가들이 법을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으로 만들어 그 입법수단이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법률이 위헌결정을 받은 것도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입법목적 그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소유상한을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소유목적이나 택지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으로 상한을 정하고 주거용 토지에 투기목적 등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입법수단이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각 행정부처에 법률전문가로 법무심의관을 둬 각종 행정입법시에 행정가들의 과도한 행정편의적인 욕심(?)을 견제하고 있는데 우리 경우에는 이러한 법률전무가에 의한 법무심의 과정을 통한 견제가 전무해 행정편의적인 졸속입법이 난무하고 결국 위헌결정이 내려지게 되는 혼란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는 법률내용을 획일적ㆍ일률적이 아니라 입법목적에 맞게 다양화하고 그 정도를 과도하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토지공개념 정책으로 그 이전에 비해 집값 상승율이 연 0.5%가 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되자 오히려 정부는 정책을 바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을 스스로 폐지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입법뿐만 아니라 폐지도 너무 졸속이었다.
사실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은 어떤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70년대 말에 이미 천명했던 토지ㆍ주택정책의 방향으로 70년대부터 분양가 규제, 소형 아파트공급 의무비율제, 무주택자 우선분양제도, 분양권전매금지제도 등 공개념적인 정책들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집값이 안정되면 다시 경기부양을 한다며 공개념 정책들을 후퇴시켜 투기조장(?)정책들을 사용함으로써 공개념 정책들이 유지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투기 현상도 IMF 이후 건설산업으로 경기부양을 한다며 98년 3월에 소형 아파트 공급의무비율제를, 99년 2월 분양권전매금지제도를, 2000년 3월 무주택자 우선분양자격제도를 차례로 폐지하는가 하면 일부 양도소득세도 면제하는 등 일련의 공개념 후퇴정책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주장은 정부가 다시 토지ㆍ주택정책의 이념과 목표를 공개념적인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천명한 것이어서 환영할만하나 제발 꾸준하게 정책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택은 의ㆍ식ㆍ주의 기본적인 생활수단이어서 우리 헌법 제35조는 국민의 주거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정부에 국민의 쾌적한 주거환경 보장을 위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토지는 주택의 기초이고 기업의 중요한 생산수단이나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헌법 제122조는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개발, 보전을 위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토지ㆍ주택 공개념은 헌법의 정신의 충실한 토지ㆍ주택정책의 이념이고 주택정책이 경기부양 등의 경제정책의 단순한 종속정책이 아니라 독자성을 유지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게 할 정신인 것이다.
<김남근(참여연대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