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형마트 자율 규제로 가자

서울행정법원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영업제한 조치를 규정한 강동ㆍ송파구의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강동ㆍ송파구의 대형마트와 SSM은 24일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박탈한 것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규제라는 점을 들어 두 곳의 조례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휴업일을 일률적으로 월 2회로 하고 요일까지 지정(일요일)함으로써 단체장에게 월 2회 범위 내에서 모든 재량권을 부여한 상위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체장 판단에 따라 휴업일과 요일을 탄력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것도 위법으로 지적됐다. 사실 이 대목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반대에 나서 의견수렴 과정이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했을 경우 조례 자체가 위법이라는 뜻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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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포퓰리즘적 규제조치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파장은 크다. 당장 전국적으로 도미노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이미 성남과 수원 등 11곳에서 유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패소한 강동ㆍ송파구는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강제휴업 조치를 시행 중인 지자체들의 조례 개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전국 할인점과 SSM의 80% 정도는 월 2회 일요일 휴업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 조례는 강동ㆍ송파구와 엇비슷하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가 일단 영업제한 조치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동일 사안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지자체와 유통업계가 소모적인 소송전을 벌이기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굳이 조례로 강제할 필요 없이 각 지역 실정에 맞춰 지자체와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모양새도 좋다. 그 흔한 양해각서 방식도 있지 않은가.

이번 판결이 영업제한의 정당성 자체는 인정했다고 하지만 그건 법 테두리 내에서의 판단이다. 2심 법원은 위헌성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위헌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정치권도 더 이상의 영업제한 조치 확대는 포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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