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권의 고졸채용 확대가 갖는 의미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고졸 행원 채용이 늘고 있어 고졸자들의 취업기회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에 이어 산업은행도 15년 만에 고졸채용제를 부활해 하반기 채용 예정인 신입사원의 3분의1을 고졸자로 채우기로 했다. 양질의 일자리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들이 이처럼 고졸자 채용을 늘릴 경우 고등학교만 나와도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줌으로써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풍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열이 높은 것이 문제될 것은 없지만 80%를 넘는 과도한 대학진학률은 높은 청년실업률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병적으로 높은 것은 대학졸업장이 있어야 취업이 되고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풍토 때문이다. 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대졸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고졸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어 고졸자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게 된 것이다.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클 뿐 아니라 승진속도 등에서의 불이익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직장에서는 고졸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직무를 대졸자들이 담당하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ㆍ보험 등 국내 금융회사 일선 창구에서 근무하는 창구직원 가운데 고졸 사원의 비중은 34%에 불과해 미국(83%)보다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 근무 중인 은행 등 금융권 종사자 가운데 고졸 출신 사원은 대부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입사자들이다.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의 인력채용 정책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업무의 난이도와 직무특성에 가장 적합한 인력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일부러 대졸자를 기피하고 고졸자를 우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고졸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직무에 굳이 대졸자를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인건비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업무만족도 등도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졸 채용 분위기가 공기업 등으로 확산돼 학력 인플레이션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