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8조 4,000억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쓸어 담으며 코스피를 떠받쳐온 외국인의 수급에 묘한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달러화의 강세 속에 외국인은 매수 강도를 급격히 줄이며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연준이 조기금리 인상을 시사할 가능성이 적어 외국인이 다시 매수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추세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코스피가 연말까지 기존 박스권으로 재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30%(6.04포인트) 내린 2,035.82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0억원, 104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이 홀로 184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이 순매수로 장을 마감했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계속 약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셋째주(18~22일)에 5,222억원어치의 국내주식을 순매수했지만 8월 넷째주에 4,079억원, 9월 첫째주 3,488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감소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끝내고 맞은 지난주에는 1,28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17주 만에 주간 단위로 순매도 전환했다. 이날도 장 막판까지 28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다가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포스코(993억원)와 삼성전자(759억원), SK하이닉스(580억원), LG디스플레이(380억원), 기아차(174억원), 현대차(148억원) 등 수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반면 SK텔레콤(-442억원), SK(-279억원), GKL(-274억원), 삼성생명(-175억원) 등 내수주를 팔아치웠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둔화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국내 증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미국 통화정책회의와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투표 등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대외 변수가 일단락되면 관망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의 질을 나타내는 일부 지표들이 기존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금융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면서 "8월 고용지표까지 크게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9월 FOMC 회의에서 급진적인 통화정책 변화가 제시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화됐다고 하지만 순매도했던 지난 2거래일 금액을 보면 600억~700억원 내외"라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돌렸다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다"라고 덧붙였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중국 지표가 안 좋은데다 지속되는 달러 강세로 신흥국 불안감도 가중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망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주 목요일(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이벤트가 지나면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다시 매수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론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FOMC에서 (금리인상과 관련) 뚜렷한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종료되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외의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지난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도 외국인은 순매도를 보였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 강도는 약화되거나 지난주 하반처럼 순매도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시장 흐름에서 코스피가 중기 박스권을 돌파하기보다 재차 박스권으로 회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달러가 강세인 국면에서 코스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가 약세일 때 한국 증시는 이머징 증시에 비해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환율이 한국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만든 절대적 원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원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면 시장은 부담스러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