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애 딛고 학사모 쓴 안지형씨 "어머니 주신 사랑, 더 힘든 분과 나눌게요"

한남대, 母親에 '위대한 어머니 상'


지난 2001년 10월 어느 날 밤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시 충남 계룡시 용남고 1학년이던 안지형(26)씨가 과속으로 달리던 승용차에 들이받쳤다. '쿵' 소리와 함께 그는 37m를 날아가 떨어졌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안씨는 3개월 동안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로 지내야 했다. 병원에서는 '살아난다고 해도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랬던 안씨가 11일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쓴다. 안씨가 이 같은 기적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안씨의 어머니 윤경애(52)씨의 눈물겨운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뇌수술 2회를 비롯해 수많은 수술을 받고 살아났으나 뇌병변장애 2급의 장애인이 된 아들의 미래를 대비해야 했고 하지 못한 공부를 독려했다. 윤씨는 걷지도 못하는데다 팔도 잘 쓰지 못하고 말도 어눌해져 학교로 돌아갈 수 없고 공부와의 인연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한자 책을 주고 노트북을 사주며 계속 공부하도록 독려했다. 2005년 무려 4년간의 입원 재활치료를 끝내고 휠체어를 탄 채 병원을 나선 안씨. 그는 학교에 복학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자격을 얻었다. 이어 안씨와 어머니 윤씨는 대전의 대학교들을 직접 방문해 장애인시설 등을 살펴본 뒤 2007년 3월 한남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어머니와 아들은 4년 동안 줄곧 등하교를 함께했다. 다행히 대전시의 장애인 콜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교통문제는 해결됐으나 전동 휠체어를 타도 강의실 의자에 앉기까지 어머니의 부축이 필수적이었다. 또 필기가 다른 학생들처럼 빠르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가 아들의 손 역할을 해야 했다. 이 같은 모자간의 공부에 대한 열정에 친구는 물론 선후배까지 도움을 줬고 안씨가 학업을 마치는 데 큰 힘이 됐다. 안씨는 사회복지사 2급, 워드프로세서 2급, 요양보호사자격증 등을 취득했고 지금도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꿈은 사회복지시설에 취업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것.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유도 그래서이다. 또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이나 게임ㆍ시나리오 등을 써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안씨는 "한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많은 사실을 깨달았다"며 "육체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을 정신적으로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이라는 기적을 이룬 그는 이제 제2의 기적을 꿈꾼다. 어머니의 부축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걷는 꿈이다. "장애가 없으면 물론 좋겠지만 없을 수는 없으니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윤씨도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재활노력이나 공부를 포기하는 젊은 장애인을 보면 안타깝다"며 "남보다 더디어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애인 가정에 조언했다. 한남대는 11일 개최하는 2010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윤씨에게 '위대한 어머니상'을 수여한다. 또 이와 별도로 사회복지학과에서 윤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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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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