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민자사업, 공든 탑이 무너진다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ㆍ운영하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방식이다. 민간의 창의와 재원을 활용해 서비스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십여년 긴 시간을 거쳐 어렵게 정착됐고 그 효용성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일부 시설의 높은 사용료와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이런 저런 논란이 일고 있어 안타깝다. 10년 걸쳐 효용성 인정 받아 우리나라의 민자사업은 지난 1994년 법 제정을 통해 체계적인 토대를 갖췄지만, 초창기에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민간의 참여가 부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외환위기로 인해 민간투자의 활성화는 더욱 용이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나라경제 회생책의 일환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최소운영수입 보장 등 획기적인 유인책을 도입했다. 민간부문도 긍정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의 정책의지에 대해 반신반의의 분위기도 있었고 새로운 사업수행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건설업체와 금융사가 정부사업에 점차 참여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경쟁이 이뤄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신공항고속도로ㆍ부산신항만 등 굵직한 인프라시설에 대한 사업자가 속속 지정됐다. 이후 정부와의 협상, 용지보상, 건설 등의 난관을 거치면서 완공되어 현재는 상당수 시설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성공사례가 현실화되면서 민자사업에 대한 경쟁도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민간제안사업에 대한 운영수입보장을 폐지하고 정부보조금을 낮추는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 진행되는 민자사업은 운영수입 보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설비가 최저가낙찰제 공사에 비해 낮게 책정되거나, 사용료도 재정사업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민간자본에 대한 유인책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자정책의 성과는 양적인 증가세로 평가될 수 있다. 재정투자 대비 민간투자 비중은 1997년 2.1% 수준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18.4%, 2010년에는 16.3%에 달했다. 협약이 체결된 사업은 총 556개, 76조3,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운영 중인 사업이 345개, 35조7,000억원 규모다. 민간자본 덕분에 조기 공급된 시설의 사회ㆍ경제적 편익은 단순한 투자규모를 넘어서는 혜택을 국민에게 가져다 줬다. 집행 측면에서도 시설의 운영비용 절감 등 재정사업 대비 투자효율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고, 총사업비가 증가하거나 공기가 연장되는 등 일부 재정사업에서 관행화돼오던 폐단도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생소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대가를 치르면서 현재에 이르렀고, 이제 막 그 결실을 거두려는 상황에서 신뢰라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재판에 시달리는 민간사업자에게 계약의 상대방인 공공부문이라는 위험요소가 더해지고 있다. 용인 경전철은 민관 갈등으로 준공이 늦춰지면서 소송에 휘말렸으며, 김해 경전철과 의정부 경전철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일부 사업은 공공부문이 불가피한 총사업비 변경 부담을 민간에 전가하거나 자금 재조달 승인 과정에서 운영수입보장의 지나친 조정 요구로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 공정성 시비 논란 없애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민간투자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투자여건이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국가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사회기반시설의 적기 확충과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큰 비용을 지불하며 얻은 정부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과 관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신속하게 찾아야만 공들인 탑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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