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해 경제운용 방향
나성린
올해 정부의 경제운용의 핵심은 경제성장률 5% 달성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경기부양이다.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데다 올해 경제전망마저 좋지 않기에 정부가 이런 안간힘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우리 경제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이번의 경기부양책마저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만 초래하고 경제는 장기불황 국면으로 빠져들 게 뻔한 일이다. 다행히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가의 빚으로 일시적으로 경제의 숨통을 터놓은 것에 불과하다. 결국 민간투자와 민간 부문의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냉정한 현실인식부터
그런데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자꾸만 정부가 나서서 경기를 살려놓으려고 헛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엉뚱한 처방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호황이 국내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가계부채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진보적인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입술이 닳도록 이야기하지만 들은 척도 않고 총리라는 사람은 경제는 언젠가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은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평가돼야만 그 효과와 한계가 분명해진다. 올해 경제가 어려우리라는 것을 예견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재정확대냐 감세냐’는 경기부양 논쟁을 펴다가 슬그머니 야당이 주장하는 감세정책까지 받아들여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토대를 마련해놓았다.
그러고도 올해 경기전망이 계속 악화되자 10조원의 연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공공 부문 건설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4년간 12조원을 투입하는 벤처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그러고도 못 미더우니 올해 정부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항상 그래왔듯이 하반기에 가서 또 다시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돈을 퍼부으면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올라갈 것은 뻔한 일이다. 정부여당으로서야 급한 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감세와 재정확대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은 재정적자를 초래할 게 뻔하다. 수익성 없는 공공 부문 건설투자에 연기금을 동원하고 국채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도 결국 국가부채를 증가시킬 것이 뻔한 일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 당시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정경유착과 금융위기를 초래한 벤처 활성화도 지금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한 정부재원의 낭비와 코스닥시장 붕괴,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상생·일관된 국정운영 필요
물론 이 모든 우려들은 이러한 올인식 경기부양책이 민간투자와 민간 부문 경제활성화로 연결될 때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다수 국민을 무시하는 대결적 국정운영방식을 상생과 타협의 국정운영으로 전환해야 하고 경제정책이 경제활성화와 경쟁력 극대화를 위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과거 분식회계와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우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기업도시에 대해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입력시간 : 2005-01-02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