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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폐허라도 400년 왕조의 숨결·영화 담겨 아름답다

태국 아유타야<br>400여채 왕궁·사원 있었던 무역왕국<br>1767년 버마 침공에 몰락 '태국의 경주'<br>왓 마히탓의 머리만 남은 불상 등<br>빼어난 美 자랑…세계문화유산으로

417년간 왕국의 수도로 위용을 자랑하던 아유타야의 왕궁사원 '왓 프라시산펫'은 하늘로 치솟은 3개의 황금첨탑으로 불심과 왕권을 과시했지만 1767년 버마군이 침입해 탑을 감싼 금을 녹여가는 바람에 지금은 그을린 회색탑으로 영화(榮華)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왓 야이 차이 몽콘' 사원은 버마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 곳이라 유독 인기가 높다.

아유타야의 중심사원인 '왓 마하탓'에는 전쟁 때 떨어진 머리만 남은 부처상을 넝쿨 나무가 휘감고 있다.

폐허라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 속에 승리와 패배, 기쁨과 눈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허가 돼버린 '태국의 경주' 아유타야가 아름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무너져버린 돌더미와 흙더미 속에서도 400여년의 영화를 이어간 아유타야 왕조의 역사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역사를 모르고 이곳을 돌아보면 무너져버린 돌탑과 머리가 잘려나간 불상에서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테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살아 움직이는 역사책이다. 아유타야 왕국은 태국 역사상 가장 오래 이어진 왕국으로 1767년까지 417년간 33명의 왕이 통치했다. 당시 수도였던 아유타야는 짜오프라야강ㆍ파삭강ㆍ롭부리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아유타야 왕조를 세운 우통왕은 맨 먼저 이들 강을 운하로 연결해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아유타야 왕조는 이 강줄기를 이용해 외국문명과 교류했는데 중국ㆍ인도ㆍ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중국ㆍ일본ㆍ베트남 등 아시아는 물론 페르시아ㆍ유럽 등과도 통상관계를 맺어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아유타야 왕조가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것은 1767년 버마(미얀마)의 침공 때문이다. 400여채에 달하던 사원과 왕궁이 버마의 약탈과 파괴로 일순간 폐허로 무너져버렸고 당시 건축물 대부분이 본래 형체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아유타야 왕조가 몰락한 후 태국의 수도는 톤부리로 옮겨졌고 아유타야는 100여년간 잊혀진 역사로 버려졌다. 폐허로 변한 아유타야가 전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1991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후부터다. 이후 수많은 외래 관광객들이 아유타야를 방문해 태국 불교의 역사와 400년 왕조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아유타야를 상징하는 최고의 볼거리는 '왓 마하탓(Wat Mahathat)'이다. 도성의 중심사원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버마군의 침략으로 파괴돼 머리만 남은 불상을 넝쿨 나무가 휘감은 부처상이 있다. 나무 줄기에 둘러싸인 불상을 카메라에 담을 경우 불상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 불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최대한 몸을 낮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부처와 옛 왕조에 예를 갖추는 방식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또 다른 대표 유적지로 왕궁터와 왓 몽콘보핏이 함께 있는 왕궁사원 왓 프라시산펫(Wat Phra Si Sanphet)도 빼놓을 수 없다. 아유타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 사원은 역대 왕의 유골을 안치한 불탑(체디ㆍchedi) 3개가 하늘로 우뚝 솟아 있는데 이 불탑은 모두 금을 입힌 '황금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버마와의 전쟁으로 버마군이 탑에 입힌 금을 모두 녹여 가져가면서 지금은 짙은 회색빛 그을린 탑만 남았다. 아유타야 남동쪽에 위치한 `왓 야이 차이 몽콘(Wat Yai Chaimonkhon)'은 아유타야 왕조 20대 왕인 나레수안왕(1590~1605)이 1592년 버마와 싸울 때 코끼리를 타고 맨손으로 버마의 왕자를 죽여 승리한 후 승전 기념으로 세운 사원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하늘로 힘차게 솟은 불탑에는 왕과 왕자의 유골을 모셨는데 지금은 세 개의 탑을 제외하곤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중앙탑의 높이는 72m로 도성 정반대편의 왓 푸카오통(Wat Phukhao Thong)과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버마가 세운 왓 푸카오통과 높이를 겨루는듯한 인상을 준다. 사원 입구에는 황색 법의를 두른 하얀 와불상이 있는데 발바닥에 동전을 붙여 떨어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여행 메모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북서쪽으로 72㎞ 떨어진 곳에 있다. 차로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보통 자유여행자들은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 인근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북부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아유타야를 둘러보는 데는 하루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연중 내내 습하고 기온이 높아 걷는 것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자동차나 툭툭을 타고 이동하기를 권한다. ▦아유타야 유적지 곳곳에는 탑에서 떨어져 나온 벽돌과 불상이 바닥에 뒹굴고 있지만 파편을 주머니에 담아가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한 관광객이 이곳에서 벽돌 파편을 몰래 주워갔다가 몇 년간 악몽에 시달려 결국 아유타야로 도로 가져다 놓았다는 얘기가 해외토픽으로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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