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오스카상 제작자 래트너, 게이 비하 구설수로 사퇴

내년 2월 26일 열리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제작자인 영화 감독 브렛 래트너(42)가 도중 하차한 데 이어 사회자인 코미디언 에디 머피도 사표를 제출, 지금 할리우드에선 때 이른 '오스카 쇼'가 벌어지고 있다. 줄사표 소동의 근원은 래트너 감독의 게이에 대한 혐오감 섞인 발언 때문이다. 그는 지난 주말 자신의 최신작 액션 코미디 '타워 하이스트' 상영 후 관객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 게이를 비하하는 실언을 했다. 래트는 이 발언에 대해 곧바로 사과했지만 동성애 옹호단체들과 많은 아카데미회원들의 강력한 항의에 못 견뎌 지난 8일 아카데미에 사의를 표명한 것. 래트너가 사표를 낸 다음날 '타워 하이스트'에 주연한 머피도 오스카쇼 사회자직을 물러났는데 머피를 사회자로 뽑은 사람은 래트너다. 한편 아카데미측은 래트너의 후임으로 공교롭게도 '타워 하이스트'의 제작자로 오스카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저, 사회자로는 과거 오스카쇼의 사회를 8차례나 맡은 베테랑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을 선정했다. 아카데미가 지난 8월 래트너를 오스카쇼 제작자로 선정했을 때 아카데미회원들이나 언론의 반응은 뜻 밖이라는 것이었다. 오락영화 전문으로 재키 찬이 나온 '러시 아워' 시리즈를 만든 래트너는 할리우드의 '나쁜 남자'로 파티와 여자 좋아하기로 유명한 철이 덜 난 아이 같은 사람이다. 그는 또 생각 없이 입에서 튀어 나오는대로 말하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가 래트너를 쇼의 제작자로 선정한 것은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오스카 쇼의 내용과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비록 래트너가 사적으로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파격적인데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어서 그를 기용해 이번 쇼를 흥미진진한 버라이어티 쇼처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가 입심 좋은 에디 머피를 쇼의 사회자로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당분간 쥐죽은듯 처신할 래트너는 과연 할리우드의 전면 무대로 컴백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반 유대인 및 동성애 발언을 해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멜 깁슨이 유대인 전사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판에 래트너가 한번의 말 실수로 할리우드에서 영원히 매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할리우드는 돈만 잘 벌어다 주면 모든 잘못은 금세 잊어 버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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