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경영인시대 열리나/대림이어 미원그룹도 출범

◎오너체제 선단식경영에 한계 인식/기아 김선홍회장 거취 맞물려 촉각국내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을 것인가. 대림그룹에 이어 8일 미원그룹도 전문경영인 회장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이에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림 이전에 유일한 전문경영인 체제그룹으로 유지돼온 기아그룹의 김선홍 회장에 대해 채권은행단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연계, 전문경영인체제의 착근여부는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문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재벌그룹의 선단식경영이 한계를 보이는게 아니냐는 분석때문이다. 국내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은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채 소유분산을 등한히 하고 외형위주의 과도한 투자를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총수 1인 중심의 경영체제에 일대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시점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적절한 투자규모를 선택할 것이지만 소유자경영에서는 무리한 투자를 일삼는 경향이 강하다. 수십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린 총수가 경영을 좌우하면 개별기업은 신축성있는 경영이 불가능해져 경영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부터 창업 1세대가 물러나고 2세로 교체되면서 우리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무모한 경쟁이 가져온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의 변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정부다. 정부는 우리경제의 체질강화를 통한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선단식 경영체제의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에 이어 미원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 통산부 관계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실패할 경우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바람직하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재경원당국자는 『지금 우리기업들은 전문경영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창업세대와 2대를 거쳐 3∼4대로 넘어가면 소유분산이 이뤄져 오너경영체제는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정부가 공정거래법의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도높은 재벌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룹총수들의 권한을 축소, 효율성과 합리적 경영체제를 정착시키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가 우리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의 강점으로 오너에 의한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꼽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회의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근대경제에 성공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전문경영인체제가 정착됐지만 EPS(Earnings Per Share·주당순이익)로 대변되는 재무관리에 너무 치중해 과감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위해 효율적인 기업확장에 나서야 하는 우리현실에서 전문경영인체제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기에는 한국의 기업집단 내부에서 기업지배권의 실체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은 지배권의 역학구도가 변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너 스스로가 경영권을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림, 미원 등 재벌그룹들의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는 오너회장 체제의 한계나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불황에 대한 대응 및 세대교체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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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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